음주운전 사고를 내고도 뚜렷한 이유 없이 재판에 계속 나오지 않은 2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박모씨(25·대학원생)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혈중 알코올농도 0.199%의 만취상태에서 승용차를 몰고 가다 앞서 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전치 6주의 중상을 입혔다.
박씨는 피해자와 합의한 뒤 올 1월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재판에 5차례나 잇따라 불출석했다.
법원은 몇 차례 바뀐 주소로 6차례나 소환장을 보냈는데도 박씨가 끝내 법정에 나타나지 않자 구인장까지 발부해 겨우 심리를 마쳤다.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형사4단독 윤남근(尹南根) 판사는 지난달 31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박씨에 대해 징역 3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혈중 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기준이 넘는 만취상태에서 사고를 낸 만큼 어차피 실형을 선고해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재판에 뚜렷한 이유도 없이 계속 불출석하는 등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은 점 등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남용…동일내용 4차례 소송 50대 위자료지급 판결 ▼
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판을 남용한 ‘소송꾼’에게 상대방을 괴롭힌 만큼 위자료를 내놓으라는 판결이 나왔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황모씨(59)는 98년 5월 평소 알고 지내던 나모씨(38)와 돈 문제로 다투게 되자 나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나씨는 결국 무혐의처분을 받았고 맞고소당한 황씨에게 오히려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발끈한 황씨는 같은 해 10월 나씨를 상대로 6300여만원을 돌려달라는 민사소송을 창원지법 마산지원에 냈지만 패소했다. 황씨는 이 판결이 확정됐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2년 뒤 똑같은 내용의 소송을 같은 법원에 냈고 다시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경찰수사와 잇단 법정싸움에 지친 나씨는 지난해 말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해 허위사실을 근거로 소송을 남발, 수없이 법원에 출석하게 하는 등 정신적 피해를 주었다”며 황씨를 상대로 위자료와 교통비 등 청구소송을 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민사항소4부(민일영·閔日榮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황씨는 나씨에게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황씨가 사실적, 법률적 근거가 없는 청구원인을 내세워 소송을 반복하는 바람에 생업에 종사해야 할 나씨가 의정부시에서 마산시에 있는 법원까지 수차례 왕래하면서 재판에 참석하는 동안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재판을 받을 권리는 최대한 존중돼야 하지만 재판을 강요당하는 상대방이 그 과정에서 경제적, 정신적 부담을 지게 되는 만큼 부당한 소송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황씨는 부당한 소송으로 나씨에게 준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