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탈세 막고 형평 이룰 고육책▼
조세의 형평성이라는 관점에서 유흥업소는 고소득 계층이 소비하는 곳이므로 당연히 높은 세율의 세금이 부과되어야 한다. 현행 유흥업소에 대한 특별소비세율은 20%이지만 여기에 부가가치세, 교육세 등 관련 세목을 합하면 세율은 38.6%로 높아진다. 소득 불균형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유흥업소에 대한 높은 세율은 조세정책의 형평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바람직한 정책이라도 정책이 의도한 대로 현실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한국의 탈세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업종별로도 심한 격차를 보인다.
특히 유흥업소의 탈세가 가장 심각하다는데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탈세 수준이 높은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높은 세율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매출액 대비 거의 40%에 이르는 간접세 부담과 이에 따른 소득세 수준을 고려하면 탈세의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유흥업소의 탈세 유형은 위장 가맹점, 카드깡 등 매우 다양한 수법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행정력으로 어느 정도 탈세를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는 있겠지만 야간영업과 현금 의존성이 높다는 특성을 고려하면 한계가 있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유흥업소와 비슷한 성격을 갖는 곳으로 단란주점을 들 수 있다. 유흥업소는 접대부를 둘 수 있지만 단란주점은 둘 수 없다는 점만 다르다. 따라서 단란주점에는 특별소비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단란주점에 접대부를 두고 영업하는 것이 이미 보편화돼 있다. 결과적으로 단란주점과 유흥업소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되었으나, 조세정책은 단란주점에는 특별소비세를 부과하지 않아 조세 부담의 불공평성을 야기한다. 조세정책이 민간시장에 불공정거래를 유도하는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조세법의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단란주점에서 접대부를 두는 현장이 확인되면 특별소비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는 행정력에 의해 과세를 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필연적으로 공무원의 부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유흥업소에 대해 특별소비세를 과세하지 않기로 한 조치는 국민 정서에는 맞지 않을지 모르지만 과세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정책이다. 단 비과세정책의 실시와 아울러 이 기간 동안 유흥업소에 대한 과표 양성화가 이뤄져야 한다. 7월부터 시행한 주류구매 전용카드제도와 신용카드 사용 확대 등 정책 수단을 활용하여 과표 양성화를 유도하고 그 실적을 주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단란주점의 업종 구분도 폐지해야 한다. 현행 단란주점을 그대로 둔 상태로는 유흥업소에 대한 과세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된 이후에야 조세 원칙에 충실한 특별소비세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현진권(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반대/퇴폐문화 번성 부추기나▼
룸살롱, 카바레, 나이트클럽과 같은 유흥업소에 대하여 부과하는 특별소비세를 2년 동안 한시적으로 면제해 주기로 한 재정경제부의 방침은 과표 양성화를 위한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조치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경부의 방침은 7월부터 도입된 유흥업소의 주류구매 전용카드제로 인해 유흥업소의 과표가 많이 현실화됨에 따라 유흥업소의 세부담이 38% 이상으로 지나치게 높아졌기 때문에 세 부담을 다소 낮춰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높아진 세 부담을 그대로 둘 경우 카드할인, 위장가맹점 매출 등의 불법, 탈세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재경부는 우려한다. 유흥업도 하나의 합법적인 기업으로 국민소득과 고용을 창출한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갑자기 지나치게 높은 세 부담을 떠안기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될 것이고, 세수 확보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유흥업의 사업 특성상 탈세행위를 일상적으로 해 온 사람들이 특소세를 면제해 준다고 과연 탈세행위를 덜 하게 될지는 의문이다. 주류구매 전용카드제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어차피 탈세를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탈세를 핑계로 특소세를 면제해 줄 필요는 없고, 주류구매 전용카드제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탈세를 할 수단을 찾아낸다면 특소세를 면제해 줘도 탈세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탈세를 완화하기 위해 특소세를 면제해 준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다만 주류구매 전용카드제의 도입으로 필히 과표가 좀더 양성화될 것이기에 갑작스레 늘어난 세 부담을 완화해 준다는 측면에서 특소세를 면제해준다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특소세를 한시적이나마 완전히 면제해 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조치일까? 우선 간접세의 소득 역진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특소세의 목표에 맞지 않는다. 고급사치품의 소비자가 일반상품의 소비자와 같은 세금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흥업소와 같이 퇴폐적이고 비생산적인 업종이 인류 역사상 유례 없이 번성하고 있는 한국에서 특소세를 면제해 줌으로써 이러한 병리현상을 더욱 조장할 필요가 있을까? 젊은 여성과 남성들이 보다 생산적인 일자리를 찾게 하고 접대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라도 유흥업소에 대한 과세를 더욱 강화해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법적 납세자의 세 부담 증가를 완화해 줄 필요성이 있다면 좀 더 일반 국민의 정서에 맞는 방법을 택했어야 한다. 즉 주류전용카드 사용으로 과표 양성화가 실제로 이루어졌는지를 먼저 확인한 뒤 양성화된 과표에 해당하는 만큼 법인세나 사업소득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주는 것이 훨씬 논리적일 것이다. 또는 특별소비세를 완전히 면제해 주기보다는 30% 탄력세율을 활용하여 특소세 부담을 완화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나성린(한양대교수·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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