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김형윤사건' 수사]檢-政실세 연루 의혹'닮은꼴'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49분


지난해 서울지검 특수2부의 석연치 않은 사건 처리를 둘러싼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다.

지앤지(G&G) 이용호(李容湖) 회장의 금융비리 사건에 이어 국가정보원 김형윤 전 경제단장의 금품수수 사건 등 묻혔던 사건들이 언론 보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 사건의 유사점과 차이점〓두 사건은 지난해 수사를 한 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덮은 사건이라는 점과 수사팀이 모두 서울지검 특수2부(이덕선·李德善 부장검사)라는 점이 같다.

또 수사 대상이 모두 호남 출신이며 현 정권의 검찰 및 정치권 실세들과 교분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의혹의 화살은 두 사건 모두 검찰 및 정치권 인사들로 향하고 있다.

수사 대상자들이 일단 구속을 면했다는 점도 같다. 이씨는 지난해 5월9일 긴급 체포됐다가 36시간 만에 석방돼 7월25일 불입건 조치됐다. 김씨는 지금까지 소환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두 사건 모두 수사검사들은 구속수사를 주장했지만 지휘라인은 반대했거나 승낙하지 않았다.

외관상 다른 부분도 많다. 검사 출신인 L변호사는 “두 사건의 성격은 다소 다르게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 인사의 압력이 있었다고 전제할 때 이씨 사건은 평소 친분이 있는 ‘장사꾼’의 뒤를 봐 준 경제적 성격이 강한 반면 김씨 사건은 김씨가 현정부에서 차지한 역할과 지위를 고려한 정치적 판단의 성격이 짙다는 것. 서울지검이 지난해 7월 이씨 사건을 불입건 종결했던 데 비해 김씨 사건은 아직 종결되지는 않은 상태인 점도 다르다.

▽의혹 사건의 경과〓이씨 사건은 대검의 수사 착수에 따라 지난해 서울지검의 수사중단 의혹이 불거졌다.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은 최근 이씨가 자신의 동생에게 접근하는 등 자신의 이름을 팔고 다니자 중수부에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검 중수부는 9월4일 회사공금 450여억원을 횡령하고 주식 내부자 거래를 한 혐의로 이씨를 구속했다.

그러나 9월11일 한 신문에 의해 지난해 검찰 수사와 무혐의처분 사실이 처음 보도되고 12일자 동아일보가 당시 검찰이 이씨를 긴급체포하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실시했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석방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사건의 성격은 달라졌다.

반면 국정원 김형윤 경제단장 금품수수 사건의 경우 동아일보의 특종 보도가 없었다면 끝내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 부회장에게서 “김 단장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피의자 진술조서를 받고도 이를 이 부회장의 수사기록에 첨부하지 않았다. 또 검찰내부에서 이 부회장의 진술 내용은 극비로 취급되고 있었다.

▽정 관계 인사 개입의혹〓이씨 사건과 관련,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 의원은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이씨가 여당 K, H, L의원의 자금을 관리해 주었다는 말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 의혹제기의 수준일 뿐 검찰 수사로 드러난 사실은 없는 상황.

또 L변호사의 말처럼 김씨가 국정원에서 실세로 불렸던 점 등에 비춰 검찰이 수사를 중단하는 과정에 여권 정치인 등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으나 이 역시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현 단계에서 가장 큰 관심은 17일 이씨 사건에 대한 감찰조사에 착수한 대검이 검찰 내 압력 여부에 대해 어떤 설득력 있는 조사 결과를 내놓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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