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주요 대학 논술문제를 적중시켜 유명해진 강남일대 학원가의 스타 강사 조진만(趙辰晩·32)씨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강남 일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17일 새벽 폐렴으로 숨졌다.
조씨의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밤 수백명의 학생들이 병원 영안실을 찾았고, 조씨의 홈페이지에 마련된 사이버 분향소에는 이틀만에 1600여건이나 되는 애도의 글이 올랐다.
조씨는 연간 억대의 고액 수입을 올리며 최고의 논술강사로 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최근에는 한 인터넷 교육업체의 부사장으로 취임해 사업가로의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특히 인간적으로도 신뢰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학업은 물론 신상문제까지도 조씨와 상의했다는 것.
학원강사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명성과 고액 수입을 뒤로 하고 조씨가 죽음을 맞이한 원인은 결국 과로였다.
한 동료강사는 “학원강사들에게 학원가는 자기성취의 장이면서도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이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이면 식사도 거르면서 12시간씩 강의를 하고 다니는 조 선생이 늘 걱정이 됐다”며 “직업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학원강사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관리가 필요하며 인기가 있을 때 벌어두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적인 문제점 등이 조 선생을 무리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서울 강남 강동 서초구, 그리고 수도권 평촌 등지의 7개 학원에서 강의를 맡았으며 월 수입은 1000만원대를 휠씬 상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득의 이면에는 고달팠던 ‘학원강사의 애환’이 숨겨져 있었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