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옌볜(延邊)작가협회 문학창작실 소속 이혜선(李惠善·45)씨는 1938년 중국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시 팅옌(亭岩)촌에 이주해 정착한 충북 보은 옥천 청원지역 80여 가구 주민들의 이주 역사와 생활상 등을 담은 ‘두만강의 충청도 아리랑-연변의 충북마을 정암촌 60년사’(도서출판 좋은날)를 펴냈다.
이 책에는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 발을 디딘 동포들이 움막을 짓는 과정에서부터 소련에 약탈당한 일, 광복 뒤에도 귀국하지 못한 채 소수민족으로서 겪었던 말 못할 유민사를 생생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이씨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10여년간 정암촌을 수시로 찾아 인터뷰 등을 했다.
이들 동포는 생존을 위해 탈향(脫鄕)이라는 최후의 방법을 선택한 것처럼 비쳤지만 사실은 일제가 만들어낸 교묘한 이주정책의 희생양이었다는 점을 이씨의 소설은 보여준다. 또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조차 ‘이방인’으로 냉대 받는 이들의 고민과 그 가운데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으려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씨는 “이민 1세대들이 거의 사망하면서 조선족의 이주사를 알 수 있는 길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조선족 동포들의 중국 정착사를 찾아 기록하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 소설의 판매 수익금은 장학금과 농기계 구입 지원 등 정암촌 발전기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정암촌에는 충북 3개 지역 출신 1세대와 이들의 자손 등 450여명이 살고 있다.
<청주〓장기우기자>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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