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쌀값 폭락 우려 현실로 농민들 大豊에도 운다

  • 입력 2001년 10월 9일 19시 03분



올 가을 태풍까지 피해가는 행운으로 전국의 들녘이 황금물결로 넘실대지만 농가에서는 시름이 가득하다. 쌀 재고량 누적과 벼농사 풍년으로 전국 산지 쌀값의 폭락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정부는 최근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한 추가대책을 통해 8월말 책정량보다 200만섬을 더 늘려 수매하겠다고 밝혔지만 쌀값 유지에 별 효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농민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산물벼’값 10% 하락〓이달 들어 전국의 농협과 농협 및 민간단체의 미곡종합처리장(RPC)을 통해 ‘산물벼(미건조벼)’ 수매가 이뤄지고 있으나 전남의 경우 지난해보다 10%가량 떨어진 가마(40㎏들이)당 4만8000∼5만3000원선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물량을 떠 안고 있는 농협과 민간의 RPC들이 쌀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수매가격을 낮추거나 아예 수매를 기피하는 움직임까지 보여 ‘쌀값 대란’마저 우려되고 있다.

경남지역 RPC는 이보다는 가격이 높은 5만1000원선에 매입키로 하고 전북 김제 8개 농협도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시가이상 수매’를 결정한 상태지만 그래도 올해 정부 수매가 6만440원(1등급)에 비해서는 1만원 가량 낮다.

▽쌀값 왜 떨어지나〓시중 쌀값은 평균적으로 99년 가마(80㎏기준)당 18만원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16만5000원, 올해 15만5000원선까지 떨어진 상태. 이처럼 쌀값이 떨어지는 것은 지난 30년간 쌀 생산량은 30% 가까이 늘어났는데도 1인당 소비량은 오히려 30%이상 줄어들었기 때문.

올해도 공급과잉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을 포함해 올해 총 추곡수매 물량은 80㎏들이 정곡(쌀)을 기준으로 1525만섬이지만 정부의 ‘약정수매’물량은 지난해보다 9% 줄어든 575만섬에 불과하다. 약정수매가는 40㎏들이 조곡(벼) 1가마를 기준으로 1등급이 6만440원, 2등급이 5만7760원.

농협 및 민간의 RPC가 550만섬, 농협이 따로 400만섬을 추가 매입토록 한다는 것이 정부안이지만 가격은 정부 수매가보다 훨씬 낮은 가마당 5만원선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농민 반발과 대책〓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남도연맹 소속 농민 20여명은 8일 오전 광주 동구 대의동 농협 전남지역본부 앞에 몰려가 “시가수매 결사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농민들은 “쌀값 폭락은 정부의 양곡정책 실패에 원인이 있는 만큼 정부 수매가에 전량 매입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도연맹 소속 농민 10여명도 같은 날 오후 경남도청에서 김혁규(金爀珪) 지사를 만나 “쌀 수급 안정대책을 조속히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농민들은 농협과 RPC가 정부 약정수매가 수준으로 벼를 사들인 뒤 시가와의 차액은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농 전북도연맹 황영모(黃永模·30) 정책부장은 “정부가 쌀값 지지를 위해 수매물량의 일정분을 보관해야 하며 대북지원 등 중장기적인 수급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쌀 생산과잉과 소비부진으로 올해 말 쌀 재고는 적정량(550만섬)의 갑절에 가까운 1000만섬에 이를 전망이어서 뾰족한 대안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 농림부 관계자는 “차액 보전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나므로 검토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주·광주·창원·대전〓김광오·김권·강정훈·지명훈기자>gog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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