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짜맞은 ‘황혼이혼’

  • 입력 2001년 10월 13일 18시 29분


결혼 5년 만에 딴 살림을 차린 80대 노인이 36년 만에 원부인을 찾아가 ‘황혼이혼’을 요구한 소송에 대해 법원이 기각결정을 내렸다.

대전지법 논산지원 이동연(李東連) 판사는 12일 오모씨(80·서울 거주)가 부인 송모씨(71·충남 논산시 두마면)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에 대해 “이유없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한국전력 전 수금원이었던 오씨는 결혼생활 10년동안 자녀가 없자 1965년 당시 충남 논산군 강경읍에서 다방종업원으로 지내던 박모씨와 별도의 살림을 차렸다.

그 후 오씨는 한전 춘천지점 등으로 발령나자 ‘조강지처’를 버리고 36년동안 별거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오씨는 노령으로 접어들어 최근 서울에서 영구임대아파트에 입주하려 했으나 원부인 송씨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어 입주대상에서 제외되자 호적상 부부관계 청산을 위해 이혼소송을 냈다. 오씨는 박씨와도 80년에 헤어졌다.

이 판사는 결정문에서 “오씨가 36년동안 별도의 살림을 차렸는데도 부인 송씨는 시댁의 제사 등에 참여했고 오랫동안 홀로 지내면서 신경쇠약 등으로 투병생활을 해왔다”며 “송씨가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것을 오씨의 주장대로 보복이라고만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또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혼인생활 파탄의 주된 책임자는 오씨여서 그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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