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직후인 1961년 12월 갑종장교후보생으로 입대한 조 의장은 이날 전역하기 전까지 육해공 현역군인 중 가장 먼저 군에 입대한 ‘최고참’이었다. 17세에 입대해 40년을 군에서 보낸 정호근(鄭鎬根) 전 합참의장과 함께 창군 이후 가장 길게 군 생활을 했다.
임관시 3년만 군 생활을 하고 제복을 벗으려 했으나 월남전이 터지면서 ‘빽이 없어’ 제대하지 못했던 것이 군에 평생을 바치게 된 계기가 됐다는 그는 “군은 나를 길러준 곳”이라고 변치 않는 애정을 털어놓았다.
조 의장은 군내에선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6월 북한 상선 대처문제로 곤경에 처했을 때도 도움을 청할 때가 없었다고 할 정도로 군인 이외에는 사귀는 사람도 거의 없다. 오늘날 우리 군의 합동군제도를 정착시킨 것도 조 의장의 고집 때문이었다.
80년대 후반 군 구조개편시 육군 내에서 통합군 주장이 나왔음에도 그만이 “대부분의 선진국이 육해공 병립의 합동군제를 채택하고 있고 우리의 경우 두 번의 헌정질서 파괴 경험이 있는 만큼통합군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던 것. 그는 군내 전력증강 분야의 제1인자로도 불려왔다. 70년대 중반 군 전력증강사업이었던 ‘율곡사업’ 초대 멤버로 참여해 군단장으로 나가기까지 줄곧 육군과 합참에서 이 분야에 매달렸고 전략증강 분야 후배들도 거의 그가 길러냈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이 수준급인그는 요즘 컴퓨터에 자신의 40년 군 생활을 더듬는 글을 쓰고 있다. 제목은 ‘나를 지운다’. 자신의 40년 군 생활을 더듬으면서 ‘미련’을 떨쳐버리기 위해 그런 제목을 택했다고 한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