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노량진수산시장 입찰담합' 검찰 고발

  • 입력 2001년 10월 24일 17시 39분


공정거래위원회는 한나라당 주진우(朱鎭旴)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사조산업과 자회사인 금진유통이 노량진 수산시장 입찰에서 들러리 회사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4일 발표했다.

공정위는 24일 전원회의를 열어 사조산업 금진유통 등 2개 법인과 두 회사의 대표이사인 이인우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사조산업 및 금진유통과 이들 회사의 요청으로 입찰 들러리를 선 원우성업(대표 최낙민)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사조회사 공동 대표이사로 있는 주 의원은 담합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 검찰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통상 담합조사 기간이 3∼4개월 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조사착수에서 판정까지 한달이 채 걸리지 않은 속전속결 식이어서 정치논리 개입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도 예상된다.

공정위는 금진유통의 이 사장은 7월 31일 5차 노량진수산시장 입찰에 참여하면서 1400억원 수준에서 낙찰받도록 하기 위해 친구인 최낙민씨가 사장으로 있는 원우성업을 ‘들러리’ 로 입찰에 참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 사장은 최 사장에게 응찰가격 1400억원 수준에서 응찰하도록 부탁했다는 것. 또 7월 27일 한빛은행 모지점에 45억2500만원의 정기예금을 들고 이를 담보로 입찰보증금 70억2500만원의 지급보증서를 원우성업에 발급해주도록 했다.

이런 담합에 따라 금진유통과 원우성업은 5차 입찰에서 1400억원대에 응찰했으나 모두 입찰예정가인 1525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바람에 유찰됐다.

조학국(趙學國) 공정위 사무처장은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이중 처벌 소지가 높아 검찰고발만 하게 됐다” 고 밝혔다. 또 옥화영(玉化榮)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공정위 조사는 선거등 정치적인 사안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고 주장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달 11일 이런 조사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조사가 진행중으로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직 아무 것도 없으며 조사결과가 언제 나올지 전혀 알 수 없다” 고 해명했으나 보름도 안 돼 최종 결론을 내렸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野 "與비리 희석 의도"▼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진우(朱鎭旴) 의원 검찰 고발과 관련해 “공정위가 재·보선을 하루 앞두고 주 의원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최근 잇따른 여권의 각종 권력형비리사건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이어 권 대변인은 “주 의원이 노량진수산시장의 인수를 포기했고 결국 수협이 이를 인수하게 된 상황에서 주 의원을 고발하는 배경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회 상임위 발언 등을 국가기관이 문제삼는 것은 국회 권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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