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한약학과 자진 폐과 강행 파문

  • 입력 2001년 10월 24일 18시 39분


한방의약 분업의 조기 실시 등을 촉구하며 지난달부터 수업을 거부해온 경희대와 원광대(전북 익산), 우석대(전북 완주) 한약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폐과(廢科) 신청 절차를 추진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원광대와 우석대 한약학과 학생들은 최근 회의를 열어 폐과 추진을 결의한 데 이어 원광대 한약학과생 118명 중 80여명이 23일 학과장에게 자퇴서를 제출했다.

경희대 한약학과 학생들도 22일 폐과를 추진키로 뜻을 모았으며 3개 대학 모두 이번 주 내로 교수들과 공동으로 소속 대학 총장에게 폐과 요청서를 전달하기로 했다.

사립대학의 폐과 결정은 총장의 권한으로 학칙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엄정우(嚴丁祐) 원광대 한약학과 학생회장은 “1994년 한약분쟁 당시 한방의약 분업을 전제로 생겨난 한약학과는 정부가 빚어낸 졸속정책의 희생양”이라면서 “대학을 졸업해도 진로가 막막한 상황이라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폐과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엄씨는 “지난달부터 한약사가 100가지 처방만 조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의 철폐와 한의원의 한약사 의무 채용 등을 규정해 달라고 보건복지부에 요구했지만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약사협회와 한의사협회 등 관련 단체와 협의중이지만 서로의 이해가 엇갈려 절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약학과는 94년 정부가 한약분쟁의 타협안으로 약대와 한의대가 함께 있는 경희대 원광대(96년), 우석대(98년) 등 3개 대학에 설치를 승인해 현재 370명의 학생이 재학중이다. 학생들은 지난해와 올해 한약사 시험을 통해 한약학과 출신 중에서만 172명의 한약사가 배출됐으나 한의원에서 채용을 기피하는 등 진로에 애로가 생기자 지난달 10일부터 수업을 거부해 왔다.

<전주〓김광오기자>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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