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지킴이]건널목 사고 막는 '교통 할아버지'

  • 입력 2001년 10월 25일 18시 34분


“무료 자원봉사를 한 거리에서 한 건도 사고가 없어 보람을 느낍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 4거리에서 4년간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한기대(韓基大·68)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학생들 등교시간인 오전 7시반부터 9시반까지 매일 하루 두시간씩 교차로 건널목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량을 막거나 신호가 바뀌기 전에 뛰어드는 어린이들을 지도하는 등 ‘교통안전 지킴이’를 하고 있다.

46년간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 99년 8월 정년퇴직한 그가 교통안전과 관련한 자원봉사를 한 것은 올해로 16년째. 부인(67)이 친구들과 함께 온양온천을 다녀오다 지방 국도에서 사고를 당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한씨의 부인이 타고가던 차가 중앙선을 넘어온 차량을 피하다 길가의 가로수를 들이받아 한달 이상 입원했다.

“다행히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다시 얻은 목숨이라 생각하고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뭔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한씨는 교사로 재직할 때는 어린이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교통안전 수칙 등을 정리한 소책자를 만들어 동료 교사들에게 활용하도록 했다.

이 책자에는 건널목 건너는 요령, 이면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때 자동차 주의 등이 친절하게 적혀있다.

그가 재직한 개포 봉천 한강 일원초등학교 동료들은 그가 나누어준 소책자로 사회 도덕시간 등을 이용해 틈틈이 학생들에게 교통안전 교육을 시켰다.

그는 교실내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한강초등학교 재직때부터 길거리 자원봉사에 나섰다. 용산경찰서는 그에게 제복을 선물해 지금도 길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할 때는 이 복장을 하고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그는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횡단보도를 넘어 달리는 자동차를 보면 아찔 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며 “교통경찰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는데도 경찰이 아닌 것을 알고 신호를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때는 화가 날때도 많다”고 말했다.

숨은 봉사가 알려지면서 교통부장관,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서울경찰청장 등으로부터 10여개가 넘는 표창과 상패를 받았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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