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1만여명의 마라톤 마니아가 참가한 가운데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열린 2001동아경주오픈마라톤(동아일보사 동아마라톤꿈나무재단 주최)은 ‘사랑의 레이스’. 119구조대원들은 고귀한 생명을 구하기 위한 체력강화를 위해, 인술을 펴는 의사들은 또 다른 가족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울산 병원팀 "가족과 함께 뛰면 정이 넘쳐요"▼
“마라톤을 통해 따스한 가족사랑을 새삼 느껴요.”
울산대 병원 ‘의사마라톤 가족’ 30명은 2001동아경주오픈마라톤에 참가해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다시한번 되새겼다.
양승오 방사선과 교수(45)는 96년 처음 마라톤을 뛰는데 맛을 들였다. 뭔가 형용할 수 없는 쾌감. 1년 뒤부턴 부인도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부부의 정 그 이상의 무엇을 함께 얻고 있단다. 그러자 자녀들도 달리기 시작했고 대학 1년생인 딸과 고교 1학년인 아들도 밤마다 함께 달리며 청소년기의 많은 고민을 해소하고 있다. 양 교수는 이날 첫 풀코스에 도전해 완주했고 부인과 자녀들은 5㎞건강달리기로 ‘화목’을 다졌다.
양 교수는 “이렇게 좋은 것을 왜 마흔이 다 돼서야 알았는지 후회스럽기까지 하다”며 “조만간 가족 모두가 풀코스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이 병원 부원장인 박상규 소아과 교수(47)는 부인과 함께 달렸다. 박 교수는 하프, 최씨는 5㎞. 박 교수는 지난해 초부터 뛰기 시작했다. 처음엔 양 교수가 뛰니까 따라 뛰었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그날 할 일을 생각하며 달리니 만사가 잘 풀렸다. 뭔가 표현할 수 없는 자신감이 하루종일 넘쳐흘렀다. 그때부터 부인은 물론 중학교 1학년인 아들도 함께 뛰고 있다.
하프코스를 뛴 여인욱 신경외과 교수(41)도 부인, 두 딸과 함께 신라의 고도를 돌며 가족애를 돈독히 쌓았다. 김경일 방사선 기사과장(44)은 99년 담배를 끊으면서 체중이 늘고 지방간 증세가 나타나 부인과 함께 뛰기 시작했고 이젠 하루라도 안 뛰면 몸에 가시가 돋을 만큼 마라톤에 푹 빠졌다.
▼경주 소방서팀 "인명구조는 체력이 바탕이죠"▼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선 내 몸이 먼저 튼튼해야 합니다.”
28일 2001동아경주오픈마라톤에서 처음 풀코스에 도전한 경주소방서 용황파출소 이필우 반장(37)은 이날 완주 후 이같이 말했다.
그는 97년 바다낚시를 하던 사람들이 파도 때문에 위험에 처했을 때 구조에 나섰다가 그만 자신이 파도에 휩쓸려 자칫 자신은 물론 모두의 생명을 잃을 뻔 했던 아찔한 기억 때문에 마라톤에 도전했다는 것. 고귀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선 보다 더 강인한 체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고 곧장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한 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이 첫 풀코스 도전이었고 그는 해냈다.
이 반장은 레이스를 마친 뒤 “소방관으로서 가야할 길과 마라톤레이스는 너무 흡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마라톤만으로도 부족함을 느낀단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큰맘 먹고 ‘철인 3종경기’를 시작했다. 수영과 사이클, 마라톤 풀코스를 모두 잘하면 ‘전천후’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란 생각 때문.
그는 내년 8월 제주에서 열리는 철인 3종경기에 출전해 꼭 ‘철인’ 칭호를 받겠다고 벼르고 있다.
경주소방서 119구조대로 활동하는 김규태씨(29)도 이 반장과 비슷한 경우. 96년 소방관이 된 뒤 화재를 진압하다가 지붕이 무너져 생명을 잃을 뻔 했다. 그때 김씨가 살 수 있었던 것은 젊은 체력 때문. 그 이후 김씨는 마라톤을 시작했고 이번 동아경주마라톤에서 하프코스에 뛰었다. 내년엔 풀코스에 도전할 계획.
이날 레이스엔 김성주(31) 황칠영씨(30·이상 경주소방서 구조대), 이태근(53) 권대윤(41), 고현규씨(37·이상 경북소방본부 방호구조과) 등 소방관들이 대거 출전해 몸을 다지는 기회로 삼았다.
<경주〓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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