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니 엔젤로는 누구?
유명 시사주간지 타임에 25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정치부 기자. 대통령 선거만 8번 취재한 백악관 전문기자로 뉴욕 취재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여기자로서 처음으로 런던 주재 취재본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전미여성기자클럽 회장으로 재임 중에는 여기자들의 권익 신장에 힘썼으며 현재 국제여성방송인재단 이사와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저널리즘스쿨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Attitude(태도)
Q:대통령의 어머니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인생관이나 태도가 있다면….
A:이들은 모두 고등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본인들 스스로도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았습니다. 8명은 대학을 졸업했으며 두 명은 전문간호교육기관에 다녔습니다. 유일하게 초등교육만을 받은 레이건 대통령의 어머니 넬 레이건도 스스로 공부하며 대학 졸업자 못지 않은 교양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인종문제, 사회복지 문제 등 사회적인 이슈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활동가들이었습니다. 이들의 적극적인 성격은 딸에게도 아들만큼 자신감과 독립심을 심어준 아버지 덕분이었다는 점도 공통적입니다.
#Breeding(교육)
Q:이들의 자녀 교육법은 어땠나.
A:트루먼 대통령의 어머니 마사 트루먼은 평소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그른 것은 그른 것이다. 협상은 없다(Right is Right, Wrong is Wrong. There’s no negotiation)”는 말을 아들에게 주입시켰습니다. 그만큼 확고한 윤리, 도덕, 행동 양식 등 삶의 기본적인 가치를 중시했다는 뜻입니다.
다른 어머니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유를 보장하되 일정한 선을 넘을 경우 ‘가혹한’ 벌을 내렸습니다. 포드 대통령의 경우 ‘귀 꼬집힘’을 당했고 트루먼 대통령은 자신이 맞을 회초리를 직접 꺾어와야 했지요. 케네디 대통령의 어머니 로즈 케네디 또한 옷걸이를 휘두르는 ‘터프’한 엄마였습니다.
하지만 감정에 휘둘려 체벌을 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평소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규율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나중에 이를 회상하는 대통령들은 “받아야 할 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Career woman(직장여성)
Q:한국에서도 많은 어머니들이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이에 따른 육아, 자녀교육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이다. ‘일하는 엄마’들에게 조언을 줄 수 있다면….
A:제 자신도 외동아들을 키우면서 ‘혹시 내 일이 아이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요즘은 자녀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버지들이 느는 고무적인 현상이 자주 목격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부부가 자녀교육을 분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Desirable(바람직한 인물)
Q:이들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교육관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또 본인의 자녀교육관은….
A:어느 한 사람을 꼽기는 참 어렵습니다. 독서와 토론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모두 바람직한 어머니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만 버지니아 클린턴의 경우 지나치게 사교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교육적으로 본받을 만한 인물은 아니지만 아들의 ‘기’를 살리는 일은 무슨 일이든지 한 ‘열혈 엄마’라는 점이 평가받을 만하지요.
제 아들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니(38세인 그녀의 아들은 현재 한 대형 레코드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비교하기는 쑥스럽지만 저도 독서를 많이 강조했습니다. 바쁜 기자생활에도 꼭 침대 머리맡에서 동화책 한 권씩을 읽어주었지요. 또 하나는 함께 여행을 많이 하도록 애썼다는 점인데 전인 교육에 효과가 크다고 봅니다.
#Elite(엘리트)
Q:교육열 높기로 유명한 한국에서 엘리트 교육은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있다. 대통령 어머니들의 ‘엘리트 교육’ 비법은 무엇일까.
A:아들을 어머니에게 의존하는 ‘마마 보이’로 만들만큼 ‘대단한’ 대통령 어머니들이었지만 결코 무리한 것을 강요하지는 않았습니다. 스스로 관심사를 발견할 수 있도록 여러 스포츠, 사교 활동을 장려한 점이 특징입니다. 특히 레이건 대통령은 ‘만능 스포츠맨’에 배우이기까지 한 다재다능한 인물이었습니다. 대통령의 어머니들은 성적보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법’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추는 법’에 더 관심을 쏟았습니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 대통령 어머니들의 교육포인트
◇ 버지니아 클린턴 켈리(빌 클린턴대통령 어미니)
'포기-항복-웃음잃지 마라' 3不 가르쳐
가짜 속눈썹, 진한 화장 차림으로 카지노 경마장에서 도박하기를 좋아했다. 나이트클럽에서 남자들과 자주 사귀었고 5번 결혼했다. 아들을 클럽에 데려가 재즈를 들려주었으며 이후 아들은 색소폰을 배웠다.
낙천주의자였다. 의붓아버지가 아들을 때리면 맞서 싸웠다. 아들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자주 하며 진지하게 토론하는 측면도 있었다. 잔정과 융통성이 많았고 유머가 넘쳤다. 아들에게 3가지 불가(不可)를 가르쳤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항복하지도 마라. 웃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 넬 윌슨 레이건(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어머니)
외톨이가 된 아들 공개적으로 격려
가난했다. 아들에게 줄 것이 없었지만 미혼 시절 성(姓)인 ‘로널드’를 이름으로 붙여주었다. 자녀들에게 예명을 지어주고, 본명 대신 부르기를 즐겨했다. 어린 아들 레이건이 ‘뚱뚱한 네덜란드인(Dutch)’을 연상시킨다며 ‘더치(Dutch)’라고 불렀다. 잦은 이사로 아들이 외톨이가 돼 갔으나 공개적으로 아들을 자주 격려했다. “저 애 보세요. 쟤가 바로 내 아들 더치예요!”
◇사라 델러노 루스벨트(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어머니)
아들위해 학교옆 이사…미국판 '孟母'
부잣집 딸에, 극성스러운 어머니였다. 병든 아들의 면회를 기숙사에서 거절하자 사다리를 담벼락에 걸고 아들 방까지 올라가 창문에서 동화를 읽어주었다. 아들의 하버드대학 생활을 돕기 위해 아예 학교 옆으로 이사를 했다. 미국판 ‘맹모(孟母)’였다. 아들에 대한 독점욕이 대단해 고부 갈등이 심했다. 아들은 결국 어머니를 선택했으며 어머니가 질투하지 않는 여성과 외도했다. 아내 엘리너는 루스벨트와 죽을 때까지 같은 침대를 쓰지 않았다.
◇ 마사 영 트루먼(해리 트루먼 대통령 어머니)
전쟁폐해 어린아들에 가르친 강골
미주리주 두메산골 출신의 농부와 결혼했으며 시집살이를 했다. 아들에게 다섯살 때부터 굵은 활자로 된 성경 읽는 법과 피아노 치는 법을 가르쳤다. 남북전쟁의 폐해를 몸으로 겪었으며 어린 아들에게 실상을 세세하게 전해주었다. 아들이 대통령이 된 후 “핵폭탄 제조는 잘못”이라고 공식 석상에서 밝혀 백악관 출입금지 처분을 당했다.
◇레베카 제인스 존슨(린든 존슨 대통령 어머니)
가출서 돌아온 아들 질책않고 대학 보내
가난한 정치인의 아내였으며 극성스러운 어머니였다. 아들에게 바이올린과 댄스 교습을 강요했다. 아들이 열여섯살 때 성공해 돌아오겠다며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하자 눈물 속에 떠나보냈다. 아들이 2년 동안 막일을 거친 뒤 실패해 돌아오자 아무런 질책 없이 대학에 입학시켰다.
가난하게 대학을 다녔던 아들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 ‘떨어져 있어도 하나님이 우리 사이를 돌보신다’는 뜻의 ‘메즈파(Mezpha)’라는 단어를 늘 적어 보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