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김치도사 비법은 "배추 제맛 살리는것"

  • 입력 2001년 11월 2일 18시 24분


김치 시식코너. 씹으면 씹을수록 새콤새콤한 김치의 향취가 혀와 이사이를 맴돈다. 구경나온 아주머니들은 자리를 뜰 줄 모르고 갖가지 종류의 김치를 맛보느라 정신이 없다. 연방 입맛을 다시며 “밥은 없나요?” 라며 한술 더 뜨는 손님도 있다.

서울 강남에도 이런 마을이 있는가 싶게 시골냄새가 물씬 풍기는 서초구 내곡동 능안마을에 있는 김치연구가 강순의씨(54·사진)의 집. ‘김치전시회’(02-3463-6965)가 열리는 이곳에는 3일 150여가지의 김치가 마당 위에서 저마다의 맛과 향취를 자랑하고 있다. 김치냄새를 싫어하는 어린이들도 이곳에서는 향긋한 가을정취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김치향’에 취할 듯싶다.

민들레김치 더덕김치 고추잎김치 달래김치 양파김치 토하젓김치 명태아가미젓김치 굴배추김치 평양백김치 호박김치 곰취물김치 비트백김치 케일김치 등 그야말로 ‘책상다리’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김치가 ‘된다’. 무동치미 알타리동치미 모과동치미 등 물김치의 종류만 30여가지이고, 씀바귀뿌리 게국지뿌리 생강뿌리 등 뿌리만 가공해 만든 김치도 상당수.

똑같은 총각김치로 보이는 것도 하나는 섞박지, 하나는 알타리김치다. 무의 종류가 틀리기 때문. 맛도 약간의 달고 쓴 차이가 있다. ‘숙(熟)깍두기’는 무를 끓인 소금물에 익혀 담근 것으로 노인들의 입맛에 맞는다. ‘정(正)깍두기’는 아이들의 마음씨가 네모 반듯 고우라고 네모 반듯 썰어 놓은 무를 버무린 것.

“내년 이맘때는 빈대떡 전골 찌개 등 ‘김치요리’ 50여가지를 만들어 전시 하려고 합니다.”

강씨는 프로급 ‘김치 담그기 선수’다. 전남 나주의 나씨 종가집으로 시집와 34년 동안 연마한 솜씨다. 해마다 김장철에만 1500포기 이상 김치를 담갔다. 강씨가 차리는 밥상에는 요즘도 하루에 15가지 정도의 김치가 ‘기본’으로 등장한다. 강씨는 “김치 덕분에 식구들 중에 변비가 없다”고 자랑한다.

얼마 안 남은 김장철을 의식한 듯 ‘김치 만들기 비법’을 묻는 손님들이 많았다. 강씨는 “‘배추 고유의 맛’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가 관건” 이라고 했다. 또 △소금의 유혹을 떨치고, 배추는 가능한 한 삼삼하게 절일 것 △양념은 가능한 한 배추 머리부분에만 바르되, 잎사귀 부분에는 양념기가 있는 손만 슬쩍 왔다갔다할 것 △3년 정도는 시간을 투자할 것 등을 일러줬다. 4일 오후 4시까지 전시가 계속되며 이날 오후 2시에는 강씨가 직접 김치담그기 ‘비법’을 선보인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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