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高建) 서울시장은 3일 본보 취재팀과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최근 경제부처 장관들과 모인 자리에서 정부 청사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모으고 서울시가 중앙청사를 사용하도록 해달라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고시장은 “서울시의 신청사를 장기적으로는 용산 미8군 기지에 지을 계획이지만 미군측과 부지 반환 협상이라는 난제가 남아 있어 임기 내 착공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정부중앙청사가 과천으로 옮겨가면 국무회의 때마다 장관들이 과천과 세종로를 오고 가야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본청과 본부 공무원은 약 4400명으로 중구 태평로 1가 시청 본관 외에 서소문동 대검찰청 건물이던 서소문 별관, 서대문구 합동 서대문 별관 등 6개 청사에 흩어져 입주해 있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내부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는 핵심 업무를 맡고 있는 본청과 본부 직원 4400여명을 한곳에 입주시키려면 3만평의 공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정부중앙청사 건물 면적은 2만3600여평, 입주 인원은 2840여명이다.
내년말 완공을 목표로 인근 도렴동에 짓고 있는 별관은 1만8000평에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직원 1100여명이 입주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제의에 대해 중앙부처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청사 관리를 맡고 있는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현재 5개동의 건물이 있는 과천청사에 1개 동을 더 지어 정보통신부와 해양수산부를 입주시킬 계획으로 설계까지 마쳤지만 예산이 없어 못 짓고 있는 실정”이라며 “설사 예산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청와대와 외국 대사관들이 광화문에 몰려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청사 전체를 과천으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서울시 계획▼
고건(高建) 서울시장은 정부중앙청사를 시청사로 이용하게 해달라면서 ‘임시’라는 단서를 붙였다. 때가 되면 신청사를 번듯하게 짓겠다는 의미다.
서울시 신청사가 들어설 부지는 97년 조순(趙淳) 시장 시절 신청사건립자문위원회가 선정해놓은 용산 미군부대 내 5만평. 고 시장은 “용산 부지는 개항 이후부터 외국 군대의 주둔지로 활용돼왔기 때문에 이곳에 신청사를 짓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주한 미국 대사관측도 미군 부대가 도심에 자리잡고 있어 환경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고 군부대 이전에 전향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신청사 이전을 염두에 두고 지하철 6호선 노선과 지하철역 배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청사가 들어설 경우 새로운 ‘시청역’이 될 6호선 녹사평역의 건축비용은 평당 200만원으로 6호선의 다른 역사보다 30만씩 더 들이는 등 ‘공을 들여’ 건립했다. 그러나 용산 신청사 건립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우선 1조원이 넘게 들어가는 군부대 이전 협상이 난제로 꼽힌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신청사 부지가 바뀌어 온 우여곡절을 떠올리며 “새 시장이 오면 또 달라지는 것 아니냐”고 회의하는 사람도 많다.고 시장은 90년 관선시장 시절 용산 부지 이전을 확정했으나 후임 최병렬(崔秉烈) 시장이 백지화했고 다시 첫 민선시장인 조순 전 시장은 뚝섬 이전안을 들고 나왔다.고 시장은 이를 의식한 듯 “용산 신청사 건립은 민족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임기 중 장기 도시발전계획에 용산 신청사 부지를 포함시켜 다른 시장이 와도 바꾸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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