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윤태훈/복개천을 자연하천으로 살리자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31분


수변(水邊)공간은 인류 문화의 발상지요, 인간 생활공간의 일부가 되어 왔다. 자연하천은 물이 흐르는 통로로 수변공간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지금까지 각박한 인간의 생활은 하천 환경과 생태계의 기능을 방치하거나 파괴해왔다. 하천을 쓰레기 투기장으로, 생활하수와 산업폐수의 배출장으로, 그리고 나아가서는 하천을 복개해 도로와 주차장으로 사용해 온 것이다.

인간은 이제 생존의 단계를 지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 자연 생태계에 회귀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렬하게 작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그런 기능을 할 수 있는 수변공간이 우리 주위에 너무 부족하다. 제 기능을 못하는 하천을 살려서 자연 생태계를 포용하고 인간을 불러들이는 수변공간을 확대해야 한다. 수변공간은 물과 ‘푸름’을 제공한다. ‘푸름’은 피로를 풀어주고, 정서적이고 시적이어서 인간의 마음을 순화시켜 더불어 사는 사회를 풍요롭고 여유 있게 만들어 준다.

이 같은 인간의 자연회귀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폐기 방치된 하천을 자연화하고 복개로 파괴된 하천을 자연하천으로 복원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한강 지류인 양재천은 하천 되살리기 운동의 성공적인 예이다.

이제는 하천도 잘 가꾸어 쾌적하고 친수적인 자연생태계와 조화된 생활공간으로 바꾸어야 한다. 환경생태 관련 전문가들은 폐기 파괴된 하천을 자연하천으로 인간에게 돌려주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이 경우 복개되어 있는 하천이 걸림돌이 된다.

복개 하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보면 주거 구역 단위마다 주차건물을 건설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주차건물 건설은 복개하천의 자연하천으로의 복원에 대한 전제조건일 뿐만 아니라 주차난의 해결 방안이기도 하다. 구역 단위로 주차건물을 건설하면 각 세대의 주차문제가 해결되고 주거지역 차량의 통행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또 주차건물이 구역의 슈퍼마켓으로, 주민의 건강증진센터로, 주부와 어린이의 여가와 학습 공간 등으로도 쓰이는 부수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윤 태 훈(한양대 교수·토목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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