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김원치 검사장 검찰간부 '덕목' 제시 화제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39분


“외부의 청탁으로 지시를 바꾸는 상사라면 ‘이누고로(犬子)’ 즉, ‘강아지’라고 경멸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대검 형사부장인 김원치(金源治) 검사장이 최근 법률정보 사이트인 ‘뉴스로시 닷컴(www.newslawsee.com)’에 기고한 ‘내가 생각하는 검찰 관리자의 덕목과 자세’란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검찰 관리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자기 자신부터 점검하라(修己)’를 꼽았다.

일제강점기에 청탁을 받은 일본 검찰간부가 뇌물을 받은 공무원의 구속을 막은 뒤 부하들에게서 ‘이누고로’로 불린 일화를 예로 들며 “부하들에게서 존경은 받지 못해도 적어도 경멸을 받는 상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청탁 사실을 말하는 것 자체가 부하의 소신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어떤 결론을 암시하는 언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검사장은 이어 ‘공인으로서의 의무를 생각하자’는 소제목의 글에서 “우리가 검사로 갓 임관됐을 때 결의했던 초심을 잊지 말자”며 “불법과 부정의, 사회의 거악(巨惡)을 뿌리뽑아 나라와 국민에게 봉사하자”고 당부했다.

또 그는 “권한을 이용해 부하들에게 거만하게 굴어 상처를 입히는 것은 뇌물을 받는 행위보다 더 나쁘다”고도 했다.

‘공정한 인사와 평가’를 주제로 한 글에서는 ‘아래 있는 자가 순서를 뛰어 넘어 승진하면 마땅히 승진해야 할 사람이 승진하지 못하게 된다(在下者越遷卽應遷者不遷)’는 충무공의 말을 인용했다.

김 검사장은 “능력이나 자질을 무시하고 같은 고향 사람 또는 친한 사람이라고 하여 발탁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한직으로 쫓으면 그 조직은 패거리 조직 또는 깡패 조직이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그는 이밖에도 △유연한 판단력과 설득력 △책임의 전적인 감수 △부하들과의 비전 공유 △인간적인 매력 발산 등을 관리자의 덕목으로 꼽았다.

김 검사장은 그동안 법무연수원에서 승진을 앞둔 부장검사 후보들에게 강의한 내용 등 A4 용지 100장 분량의 글을 이 사이트에 올렸다.

그는 “이 글이 명예로운 검찰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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