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02∼2011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안’을 발표했다. 서울대는 7일 공청회를 갖는 등 학내외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연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서울대장기발전계획연구위원회(위원장 박오수·朴吾銖 기획실장)가 마련한 이 계획안에 따르면 의학전문대학원은 예과(2년)를 마친 학생과 4년제 학사과정을 마친 학생이면 지원이 가능하다. 로스쿨과 MBA도 학사졸업자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다.
계획안은 또 현재 과별로 나뉜 정원 개념을 수정해 학생들이 단과대에 속하도록 함으로써 전공 선택에 탄력성을 갖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예컨대 중문학, 중국사, 동양철학 등 개별 전공 대신 중국과 관련된 모든 학문의 연합전공이 가능해진다.
이 안은 또 총장 임기를 지금의 4년에서 6년으로 늘리고 재임을 허용하는 등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총장이 현재 직선제인 단과대학(원)장(3년 연임제)을 임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아울러 계획안은 외부 인사 20인으로 구성되는 상설자문기구인 정책심의회의를 설치해 총장의 직무수행을 평가하는 한편 교수 100인 이하로 구성되는 교수의회를 만들어 학내의 주요 사안에 대한 심의 의결권을 갖도록 했다.
현재 5명의 후보자 중 2명을 적어내는 직선제 총장 선출방식은 정책심의회의와 교수의회 의원으로 구성되는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가 2명의 후보를 선정해 정부에 추천하는 간선제와 전임교수 이상의 신임투표를 거쳐 선출하는 변형직선제 등 두 가지 안이 검토 중이다.
정교수가 되기 전까지 연구업적은 물론 교수활동의 전반을 평가하는 제도가 도입되고 국내외 우수 인력을 초빙하는 초빙교수제의 활성화와 업적이 탁월한 교수의 조기 승진이 가능하도록 하는 승진임용제도도 도입될 예정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전문대학원 신설 방침은 사회적 수요와 교육 여건의 변화 등에 맞춰 대학도 변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을 조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서울대의 발전계획 방안과 관련해 “대학들이 대학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전제하고 “대학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는 기본적으로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2003년부터 도입할 예정이지만 아직 교육부안이 확정된 것은 없다”며 “그러나 서울대 안이 기본계획과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그러나 “교수의회의 경우 단순한 협의회 차원을 넘어 대학의 의사를 결정하는 의결기구 역할을 한다면 대학 자율로만 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며 “최종안을 교육부에 건의하면 법령 개정 등 검토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김창원·박용기자>changkim@donga.com
▼일반대학 졸업생도 입학가능▼
서울대의 장기발전 계획안에 따르면 이르면 2003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경영학전문대학원(MBA과정)이 대학원 과정에 신설되고 의과대 치과대 수의과대는 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된다.
▽의학전문대학원〓의과대 치과대 수의과대는 각각 전문대학원제로 전환된다. 따라서 지금의 본과 과정이 없어지고 ‘2(예과)+4(전문대학원)’학제와 ‘4(학사과정)+4(전문대학원)’학제가 도입된다. 예과 2년을 마친 학생은 물론 4년제 일반 대학을 졸업한 학생도 의학교육입문시험(MEET)을 거쳐 전문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다.
일반 4년제 대학 졸업생은 전공과 무관하게 지원할 수 있지만 생물학 화학 등 특정 분야의 일정 학점 이수가 지원 자격으로 제한될 수 있다. 예과 출신과 4년제 학사과정 졸업생의 선발 비율은 교육 성취도에 따라 나중에 인원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의학 치의학 수의학 전문대학원 졸업생은 전공의 과정, 전문학위(의료박사), 학술학위(의학박사) 과정을 거치게 된다. 2003년 전문대학원이 도입되면 현재 고교 2년생이 대학 2학년 과정을 마치는 2005학년도부터 전문대학원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법학 및 경영학 전문대학원〓법대와 경영대는 현행 학부와 대학원을 유지하면서 전문학위를 딸 수 있는 법학전문대학원과 경영학전문대학원이 신설된다. 이를 위해 법대와 경영대의 대학원 과정에 미국의 로스쿨과 비즈니스스쿨에 해당하는 전문석사 과정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입학 자격은 4년제 대학 졸업자면 가능하며 각각 미국 법학박사(JD)와 경영학 석사(MBA)에 해당하는 전문학위를 딸 수 있다. 미국에서 JD는 4년제 학부과정을 졸업한 뒤 로스쿨의 3년 기본과정을 마치면 딸 수 있는 법학 전문학위로 법학사와 법학석사의 중간단계다. 교육부는 현재 미국의 JD학위를 교수 임용시 박사학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법학전문대학원제(4+3제)를 도입해 3년제 법학대학원을 두는 대학은 학사과정의 법학과나 법학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쟁점-전망▼
▽의미〓이번 계획안은 총장의 임기를 늘리고 재임을 허용하는 등 권한을 확대하는 한편 정책심의회의와 교수의회를 설치해 내부 견제 기능을 갖도록 해 대학이 대내외적으로 책임성과 자율성을 갖도록 했다.
그러나 이 안은 교수협의회 등이 그동안 반대해온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교육부의 ‘국립대 장기발전 계획안’과도 일부 상충돼 최종안 확정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또 법학전문대학원과 경영학전문대학원은 현재의 학부와 대학원을 그대로 두고 별도로 신설한다는 계획이어서 이들 분야의 학부 폐지를 요구하는 인문대와 사회대 등 기초학문 교수들의 반발로 도입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대 교수협 관계자는 “학교측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얻어내지 못하면 현재보다 더 심한 통제와 간섭을 받게 될 것”이라며 “충분한 사전 준비와 학내 의견수렴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김창원기자>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