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서울 종로구 청운동 경복고 주변은 예년과 달리 한산했다. 시험시간 내내 교문에 기대어 기도나 불공을 드리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서조원(徐肇源·49·서울 성북구 장위동)씨는 쉽게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 아들 동민군(18·경복고 3년)을 시험장 안으로 들여보낸 오전 6시부터 시험이 끝날 때까지 서씨는 학교 정문 앞에서 망부석처럼 서 있었다.
“애 엄마가 올 6월 자궁근종수술을 받아 오늘 함께 오질 못했습니다. 수능 막바지 정리를 할 때여서 동민이가 충격을 많이 받았을텐데…. 참 대견합니다.”
1998년 외환위기 때 20여년간 다니던 대기업 영업팀을 나와야 했다. 믿었던 상사에게서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해 절망에 빠진 서씨를 일으켜 세운 이는 아들 동민이었다.
공부를 곧잘하던 동민이는 고교도 각계의 장학금으로 수월하게 다녔다. 380점대의 모의고사 점수를 받은 동민이는 고려대 법대에 지망해 판사가 되겠다고 한다.
집사람이 병원에 있는 동안 매일 아침 학교에 갈 때마다 동민이를 꼭 안아줬습니다. 마음 편히 자기 실력만이라도 잘 해내기를 바랄 뿐이지요.
오후 6시 반. 12시간을 교문 밖에서 기다리던 서씨의 눈은 시험이 끝나고 교문으로 밀려오는 수험생들 속으로 고정돼 있었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