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해찬式’ 교육개혁이 부른 혼란

  • 입력 2001년 11월 9일 18시 42분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크게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고교의 3학년 교실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학생들은 가채점 결과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고, 교사들은 진학지도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당혹해 하고 있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은 기본적으로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출제위원회는 지난해보다 16∼37점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는 30∼70점이나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학생도 교사도 이처럼 곤두박질하리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는 너무 쉬워서 문제고, 올해는 또 너무 어려워서 문제라니 해마다 수능점수가 이처럼 널뛰기식으로 오르락내리락한다면 수험생들은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시험공부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국가시험이라면 당연히 예측 가능성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교육정책은 이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현정부 들어 이해찬 교육부장관 때부터 시작된 각종 교육개혁작업은 지금 교육 현장에서 많은 갈등과 혼란을 부르고 있다.

나이든 교사 1명을 내보내면 젊은 교사 2명을 확보할 수 있다며 단행된 교원정년 단축은 지금까지도 일선 교육 현장을 교사 부족에 허덕이게 하고 있다. 당초의 교사 수급 예측이 크게 빗나간 것으로 교원수급정책에 얼마나 일관성이 없는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대학에서의 핵심 고급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 ‘두뇌한국(BK) 21’사업은 특정 대학을 선택해 집중 지원한다는 처음의 취지가 변질된 채 사실상 나눠먹기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7차 교육과정, 교원성과금제, 자립형사립고제 등 많은 정책들은 교사들의 저항에 직면해 있다.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할 일선 교사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탓일 것이다.

특히 올해 고3생들은 처음부터 2002학년도 수능시험은 사실상 ‘무시험전형’이라거나, ‘한가지만 잘 해도 대학 간다’는 식의 얘기를 듣고 자라왔다. 보충수업도 안 했고 모의고사 응시횟수도 제한받았다. 이는 공부에 느슨한 분위기를 만들어 학생들의 학력 수준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데도 수능시험은 역대 어느 시험보다도 어려웠으니 ‘점수 대하락’이라는 혼란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행정의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특히 백년대계인 교육은 어느 분야보다도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학생들이 더 이상 교육정책의 실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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