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강릉 2시간 30분 "OK"

  • 입력 2001년 11월 12일 18시 14분


“대관령 고갯길이 어디야?”

백두대간의 등줄기를 터널로 뚫고 지나는 영동고속도로가 왕복 5차로로 신설 확장돼 이달 말 개통된다. 이에 따라 대관령 고갯길을 헐떡거리며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지금 도로포장 및 가드레일 설치를 마치고 차선긋기 등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이번에 개통되는 곳은 91년 시작된 영동고속도로 신갈∼강릉(201㎞) 간 확장 공사 중 마지막 구간으로 횡계∼강릉 간 21.9㎞. 이 구간 개통으로 영동고속도로는 신갈∼강릉 간 왕복 2차로가 75년 개통된 이후 26년 만에 전 구간 왕복 4차로(오르막 구간 5차로) 시대를 맞았다. ‘대관령 굽이굽이길 장벽’이 없어지면서 동서 간 교통 물류의 증가로 영동지역의 개발과 관광산업의 발달이 기대된다. 동서 간 사회 문화적 섞임 현상도 빨라지는 등 큰 파급효과도 예상된다.

▽‘대관령 고갯길이 없어졌다(?)’〓횡계∼강릉 간 구간 연장은 신갈∼강릉 전 구간의 10.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구간이 5차로(상행선 3차로, 하행선 2차로)로 확장되면서 서울∼강릉 간 주행시간은 약 3시간 반에서 2시간 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한국도로공사는 추정했다. 특히 구절양장(九折羊腸)인 대관령 구간 횡계∼강릉 간은 40분에서 10분 이내로 단축된다.

본보 취재진이 개통을 앞두고 이 구간을 달려본 결과 어디가 대관령인지 의식할 사이도 없이 한 달음에 하행선 끝지점인 강릉 나들목(JC)에 도착했다.

이는 21.9㎞ 구간 중 협곡에는 다리(33개·6936m)를 놓고 능선은 터널(7개·4228m)을 뚫어 최대한 직선화했기 때문. 신교성(辛敎成) 영동건설사업소 공사과장은 “반경이 최소 30m도 안 됐던 기존 도로에 비해 신설 노선은 반경이 최소 800m로 전 구간 제한속도 100㎞로 달릴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넓게 S자 커브를 그리며 등성이를 우회하도록 설계해 대관령 정상에서 강릉으로 내려가는 길의 경사도도 기존 도로 9∼10도에서 5도 이하로 절반으로 낮아졌다. 기존 도로의 대관령 휴게소 부근을 남쪽으로 지나는 신설 도로의 해발 높이는 대관령 휴게소(해발 830m)에 비해 227m나 낮다.

김석태(金錫泰) 영동건설사업소 12공구 주감독(과장)은 “병목구간이던 횡계∼강릉 간에는 기존 왕복 2차로와 함께 왕복 5차로가 신설돼 사실상 왕복 7차로가 돼 통행차량 수용능력은 3∼4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도로공사 측은 시간 단축과 통행량 증가 등에 따라 한해 800억원 이상의 물류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폭설로 인한 교통지체나 두절 ‘끝(?)’〓대관령에 적설량 1m 가까운 눈이 내리면 차량통행이 끊기거나 극심한 정체를 빚는 일이 잦았다. 대관령이 막히면 진부나들목∼횡계나들목 간 12㎞ 구간까지도 차가 밀려 이 구간을 지나는 데만 4∼5시간이 걸리곤 했다.

‘대관령 폭설 정체’는 왕복 2차로로 좁은 데다 갓길이 거의 없어 빨리 제설작업을 하지 못한 것이 한 원인. 대관령∼강릉 구간은 국도로도 사용돼 강릉 인근에서는 경운기까지 통행하기도 했다. 대형차가 미끄러져 반대차선까지 막으면 양방향 통행이 끊기고 견인차도 접근하지 못한 것도 큰 원인이었다.

박병철(朴秉澈) 영동건설사업소장은 “상하행선을 1.27m 높이의 분리대로 막고 폭 3m의 갓길을 확보했으며 강릉나들목 요금소까지 고속도로 전용이어서 더 이상 폭설 지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일하게 기존 도로와 교차하는 곳으로 기존 도로 밑을 지나는 ‘대관령 7터널’과 횡계 ‘대관령 1터널’ 등 2곳에는 제설 작업분소도 설치했다. 대관령 2터널과 3터널의 앞뒤 120m 도로에는 노면상태를 감지하는 센서를 깔아 도로가 얼면 자동으로 염화칼슘액 등을 뿌릴 수 있도록 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성산2교' 교각 높이 90m 국내최고▼

▽짧은 구간 많은 기록〓대관령 터널통합관리센터가 운영돼 고속도로상 9개 터널의 통행량, 오염도, 사고여부 등을 즉각 파악해 처리한다. 횡계∼강릉 구간에만 813개의 가로등이 설치된다. 가장 깊은 협곡을 가로지르는 ‘성산 2교’의 교각 길이는 90m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다리이다. 경사도 5도가 넘는 성산 2교와 성산 3교 부근 하행선에는 고속도로상에는 처음으로 브레이크 파열시 비상정차할 수 있는 긴급제동시설이 설치됐다. 국유림 지역을 지나 용지 보상비는 낮았지만 도로 터널 공사비가 많이 들어 수도권에 맞먹는 1㎞당 350억원의 공사비가 들었다. 아스팔트 밑에 까는 돌의 크기를 고르게 하는 공법(SMA공법)으로 아스팔트 수명(통상 5년)도 2∼3배 늘렸다. 96년 12월 시작된 공사는 산허리를 직접 걸어다니며 도로 중심선을 찾는 데만 1년가량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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