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경찰서 광나루초소 소장 김오현(金五顯·49) 경위는 1999년부터 만성 신부전증을 앓아온 부인 이경옥(李慶玉·49)씨가 올 3월부터 매주 두 차례의 투석치료에도 불구하고 사경을 헤매기 시작하자 자신의 신장을 직접 떼어주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김 경위와 부인 이씨는 혈액형이 각각 A형과 O형으로 서로 달라 이식 자체가 불가능했다. 핼쑥해진 부인 이씨의 얼굴을 쳐다볼 때마다 김 경위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9월 김 경위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자신의 신장을 기증할 경우 부인의 기증 순서가 빨라질 수 있다는 주변 이야기에 희망을 걸고 장기기증 절차를 밟았다.
결국 두 달 만인 이달 초 전북 군산의 윤모씨(46·여·공무원)가 부인의 신장 기증자로 나타났고 김 경위의 신장을 받을 사람도 서울의 조모씨(35·무직)로 정해졌다.
김 경위의 부부애를 잘 아는 강동경찰서 직원들은 김 경위가 부인의 투병생활로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700여만원을 모았다.19일 김 경위는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에서, 부인은 서울 풍납동 서울중앙병원에서 각각 신장 기증수술과 이식수술을 받는다.현재 강동성심병원에 입원 중인 김 경위는 “남은 여생을 함께 할 아내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부인 이씨는 “투병생활 내내 짜증 한 번 안내고 지켜봐 준 남편이 고맙기만 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