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순례/동덕여대]"프로를 키운다" 여성교육 새지평

  • 입력 2001년 11월 12일 18시 23분


90년대 국내 대학들이 양적인 확대를 통해 세 불리기에 나설 때 동덕여대(총장 조원영·趙元英)는 조용히 특성화를 통한 질적 도약에 힘썼다.

총원 7000여명이라는 작은 규모의 여학교가 치열한 경쟁을 이길 방법은 현장과 접목된 특성화 교육밖에 없다는 것이 조 총장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 분야는 여성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대중문화와 디자인 그리고 미술로 정했다.

다른 대학들이 수도권 지역에 분교를 세울 때 동덕여대는 과감하게 도심 한복판에 캠퍼스를 지어 나갔다.

공연예술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의 공연예술대학, 패션의 거리로 통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디자인대학, 미술의 거리인 종로구 인사동의 아트 갤러리가 그들이다. 현장성과 실용성의 결합을 통해 진정한 ‘프로’를 양성한다는 목표였다.

춘강 조동식(春江 趙東植) 선생이 여성교육에 뜻을 두고 1908년 4월 설립한 동원여자의숙을 발전시켜 1950년 동덕고등여학교를 만든 뒤 다시 동덕여대로 승격시킨지 50여년.

이제 동덕여대는 여성전문인 양성의 튼튼한 토대로 자리잡았으며 ‘동덕 프로페셔널리즘’을 실현하고 있다.

▽공연예술센터〓98년 4년제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방송연예전공과 실용음악전공을 신설하고 체육학과의 무용전공을 무용과로 분리해 공연예술대학을 만들었다.

서울 대학로에 12일 문을 연 공연예술센터는 대지 1055㎡, 건축 연면적 6430㎡ 규모의 지하 5층, 지상 8층 건물로 21세기 공연예술대학의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 450석 규모의 최첨단 공연장을 비롯해 방송스튜디오, 소극장, 영상실습실, 악기별 연습실, 무용실 등이 있어 학생들이 이론과 실습을 겸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또 실전 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을 교수 및 겸임교수로 초빙해 학생들이 현장 감각을 익히는데 모자람이 없도록 했다.

▽디자인 연구센터〓96년 본교에 있던 디자인대학본부를 패션의 거리인 서울 청담동 로데오거리로 옮겨 산업디자인 의상디자인 컴퓨터디자인 등 모든 전공교육을 이곳에서 하고 있다.

디자인은 실용화가 생명인 만큼 패션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현장을 파고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디자인대학에 대한 외부 평가도 만족스럽다. 모 일간지가 실시한 99년 전국대학평가 의류의상학과 부문에서 이화여대 서울대 연세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학생들은 캠퍼스 주변의 유명 디자이너 매장을 찾아가 배우기도 하고 이들의 신제품 발표회 때 작업을 도우면서 실전 감각을 익히고 있다.

▽동덕 아트갤러리〓97년 8월 대표적 화랑가인 서울 인사동 동덕빌딩에 200평 규모의 대형 전시장을 마련했다. 98년에는 예술대학 미술학부에 ‘큐레이터 전공’을 신설했다.

작품을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유통시키는 역할을 하는 전문적인 미술경영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것. 아트갤러리는 일반 화랑처럼 작품 전시를 주로 하면서 학생들을 전문 미술경영인으로 양성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새로운 캠퍼스 패러다임〓올해 국내 최초로 학점당 등록금제를 실시했다. 98년 학부제 확대 실시로 복수전공, 부전공, 심화과정 등 다양한 유형의 선택이 가능해지면서 학생들이 배우는 만큼 등록금을 낼 수 있도록 한 것. 수요자 중심의 교육 서비스 제공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게 대학측의 자평이다.

또 ‘졸업생 재교육’ 제도를 도입해 졸업생들의 사회 적응을 돕고 끝까지 책임지도록 했다. 이밖에 학생들에게 노트북을 무상 대여하며 무선 랜(LAN) 시스템을 구축해 캠퍼스 내 어디서든지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캠퍼스(Mobile Campus)’를 구현했다.

한편 올해 약학과 입학생들은 전원이 1년에 200만원의 장학금을 받고 있다.

▽수험생 가이드〓2002학년도 정시모집 인원은 1002명이고 인문자연계열은 나군, 예체능계열은 다군으로 나눠 선발한다. 수능 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한다.

전형요소별 반영 비율은 인문사회자연계는 수능 80%, 학생부 20%를, 미술 디자인학부는 수능 40%, 실기 40%, 학생부 20%를 각각 반영한다. 음악학부 공연예술대학 스포츠학과는 수능 20%, 실기 60%, 학생부 20%를 반영한다.

입학원서는 지정된 교부처에서 구입하거나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www.dongduk.ac.kr)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쓸 수 있다. 정시모집 원서교부는 11월26일∼12월13일, 원서접수는 12월11∼13일이다. 자세한 입학 관련 정보는 입학관리실(02-940-4047,8)이나 학교 홈페이지에서 알아볼 수 있다.

▼최양묵 공연예술대학장 "대중문화 이끌 주역 육성"▼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죠.”

지난 12일 공연문화의 중심인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에 공연예술센터의 문을 연 동덕여대 최양묵(崔陽默) 공연예술대학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최고 수준의 실습 기자재와 교수진을 갖추고 실제로 제작을 해보면서 학생들은 몸 속 세포 하나까지 프로페셔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최 학장은 96년부터 표방한 ‘현장학습 위주의 특성화’ 교육의 결정판인 공연예술센터의 설립으로 동덕여대가 명실상부한 ‘공연예술 분야의 1류 대학’이 됐다며 자신만만해 했다.

동덕여대가 방송연예와 실용음악 등 공연예술에 역점을 두는 까닭은 대중문화가 갖고 있는 무궁무진한 사회적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이 최 학장의 주장이다.

“과거 작곡가 박춘석(朴椿石)씨의 영향력에 비해 서태지가 사회에 던진 파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하나의 문화권력으로 작용하는 것이죠.”

최 학장은 또 시민들이 대중문화에 갖는 관심도에도 주목한다. 과거 정치나 사회문제에 관심을 쏟았던 사람들이 지금은 대중문화와 스포츠에 그만큼의 열정을 쏟는다고 본다는 것.

“대중문화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갖는 영향력의 수준을 ‘1’이라고 본다면 앞으로 10년 뒤에는 적어도 ‘5’는 돼 있을 겁니다. 그때 우리 학생들이 한국 대중문화계의 주류에서 활약하고 있을 겁니다.”

여성들이 뛰어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고 적성도 맞는 분야가 바로 공연예술 분야이며 이는 지금 연극 영화 음악 분야의 기획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많은 여성들을 통해 확인된다는 것.

최 학장은 공연예술센터의 개관으로 더욱 훌륭한 학생들이 지원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98년 공연예술대학이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의 지금까지 활약상과 또 공연예술센터라는 훌륭한 시설 덕택에 이번 정시 모집은 높은 경쟁률을 보일 것입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자신이 지금까지 출강했던 어느 학교 학생들보다 동덕여대의 학생들이 밝고 현대적이며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내로라하는 스타교수-스타학생 즐비▼

동덕여대는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디자인대학 방송연예학전공 실용음악전공 등 특색있는 학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교수진과 학생들이 자랑이다.

현장에서 직접 뛰는 사람들을 교수나 겸임교수로 채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복디자이너로 유명한 이영희씨, 디자이너 이신우씨, 디자인하우스 대표 이영혜씨 등이 디자인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의 작가 하일지씨가 문예창작과에서, 패션모델계 ‘대모’인 김동수씨가 스포츠모델전공 교수로 재직중이다.

공연예술대학의 실용음악전공 교수진도 쟁쟁하다. 한국 포크 가요계의 ‘대부’격인 이정선씨가 학과장을 맡고 있고, MBC ‘수요예술무대’를 진행하는 재즈피아니스트 김광민씨가 피아노를 가르친다. 또 가수 이적씨 등과 함께 그룹 ‘GIGS’의 멤버로 활동하는 기타리스트 한상원씨도 교수진에 포함돼 있다.

방송연예전공에는 스타 학생들이 즐비하다. 개그우먼이자 각종 프로그램 사회자로 맹활약 중인 박경림씨를 비롯해 개그맨 김효진 이경애씨가 있다. 탤런트로는 영화 ‘노랑머리’를 통해 성인 연기자로 변신한 이재은씨,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박진희 박시은씨, 그리고 최근 CF와 드라마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는 홍수현양 등이 있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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