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및 서초구 입장〓주민들과 서초구는 일단 법적 대응을 통해 화장장 건설을 최대한 지연시킬 계획이다. 화장장 건설 사업 자체가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서울시장이 취임하면 좀 더 투명한 절차를 거쳐 화장장 부지를 선정하고 건립 규모도 다시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계산 지키기 시민운동본부’ 김덕배(金德培) 사무처장은 “새 서울시장이 취임해 실상을 알게 될 때까지 모든 수단을 활용해 화장장 착공을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초구와 주민들은 화장장과 납골당 규모가 적정 수준으로 하향 조정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남호(趙南浩) 서초구청장은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교통대책도 없이 무리하게 큰 화장장(화장로 20기)을 건립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화장로를 3∼4기 정도 갖춘 소규모 화장장은 언제라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빠진 서울시〓서울시는 서초구와 주민들의 법적 대응 방침에 대해 긴급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우선 그린벨트에 공공시설을 지을 경우 해당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개정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시는 이 법에 따라 서초구가 제정한 ‘개발제한구역 내 행위 허가 기준에 관한 조례’를 무력화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선거 때 나름대로 ‘신세’를 져야 할 기초자치단체장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데 소극적이어서 서울시 의도대로 추진될지는 의문이다. 해당 부지에 대한 조속한 그린벨트 해제도 서울시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 화장장 부지가 그린벨트에서 풀리면 광역도시기본계획에 반영되기 때문에 시민운동본부 측이 도시기본계획에 들어있지 않다는 이유로 제기할 행정소송이 ‘원인 무효’로 기각될 수 있다.
하지만 그린벨트가 풀리면 땅값 상승으로 토지 보상비가 1000억∼2000억원 이상 더 들 것으로 보여 예산 확보 문제가 새롭게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원지동 그린벨트의 땅값은 평당 50만원 선이지만 그린벨트에서 풀리면 10배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