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농민 만여명 격렬시위…쌀값 폭락 항의

  • 입력 2001년 11월 13일 17시 23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주최로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1만여명의 농민이 참가한 가운데 쌀값 폭락 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농민대회가 열렸다.

농민들은 대회를 마친 뒤 행사장 부근과 서울시내 곳곳에서 도로를 점거한 채 격렬한 시위를 벌였으며 이를 제지하던 경찰과 충돌해 양측에서 13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농민대회〓이날 대회에서 전농은 “정부의 무책임한 쌀 시장 개방 정책으로 쌀값이 폭락해 수많은 농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즉시 신자유주의적 개방 농정을 철폐하고 쌀 생산비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전농은 또 △최소 300만 섬의 신곡 조기 대북지원 △쌀 추가 매입분 400만 섬에 대해 올 추곡수매가 기준으로 조기 수매 △한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추진 중단 △논 농업직불제의 단가 최소 50만원 이상 상향조정 등을 요구했다.이날 대회는 당초 전국의 농업협동조합과 공동으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농협 측이 12일 집회 참가를 취소함에 따라 전농 소속 농민들만 참가한 가운데 치러졌다.

대회에는 400여대의 버스를 이용해 전국에서 온 1만2000여명의 농민이 참가했다.

▽시위〓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를 거쳐 다시 행사장까지 돌아오는 1㎞ 구간에 걸쳐 가두 행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수백명의 참가자는 국회의사당 앞으로 진출해 선전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져온 1t 트럭으로 저지하는 경찰을 밀어붙이며 국회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인근에 위치한 한나라당 당사에 들어가려다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해 농민 20여명이 부상했다. 격분한 일부 농민들은 한나라당 당사 앞에 세워져 있던 2대의 승용차를 뒤집거나 부쉈으며 당사 앞 가로수 수십여 그루에 불을 질렀다. 농민들은 오후 7시반경 자진 해산했다.

한편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온 전농 광주 전남연맹 소속 농민 100여명은 이날 오후 한때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건물 앞 도로를 점거한 채 농협중앙회 건물에 계란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경북 경남연맹 소속 농민 300여명도 한때 서울 중구 장충동 장충체육관 앞 차도를 점거했으며 강원도와 충북도연맹 소속 농민 160여명도 마포구 공덕동 로터리 등 일부 지역의 차도를 막고 가두시위를벌였다.전농 측은 이날 시위에서 농민 100여명이 부상해 여의도 성모병원 등 서울시내 7개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고 주장했다. 경찰도 시위대와의 충돌 과정에서 30여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윤상호·민동용·박민혁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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