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시술 의사에 살인죄 인정 판결

  • 입력 2001년 11월 14일 18시 07분


임신 28주된 태아를 유도분만시킨 뒤 독극물을 주사해 숨지게 하는 방법으로 낙태시술한 의사에 대해 법원이 이례적으로 살인죄를 인정, 유죄판결을 내렸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1부(박용규·朴龍奎 부장판사)는 14일 인터넷 상담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병원에서 낙태수술을 받도록 권유하고 57명에게 낙태수술을 해준 혐의로 구속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박모씨(51)에 대해 살인 및 업무상 촉탁낙태죄 등을 적용,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임신 28주의 태아를 출산시킨 뒤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에게 염화칼륨을 주사해 숨지게 한 것은 단순히 낙태가 아닌 살인행위”라며 “그러나 낙태수술이 광범위하게 행해지는 현실과 처벌받지 않은 다른 시술 의사들과의 형평성, 박씨가 이 사건으로 사실상 산부인과 의사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모 산부인과 의사인 박씨는 2월 임신 7개월째인 S씨(23)에게 약물을 투여해 태아를 출산시킨 뒤 주사제로 숨지게 하는 등 99년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미성년자를 포함, 모두 57명에게 낙태수술을 해주고 인터넷 게시판에서 낙태시술을 유도한 혐의로 8월 구속기소됐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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