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거진항 명태 어획량 급감…주민들 불황 시름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8시 05분


“어판장에 떨어진 비늘의 물기가 마르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은 어판장에 떨어진 비늘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강원 고성군 거진읍 거진항의 선원 김태봉(金太鳳·62)씨는 한숨을 지으며 이렇게 탄식했다.

‘명태어장’으로 유명한 거진항은 예로부터 새벽녘까지 선원들의 발소리와 술집의 불들이 꺼지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거진항은 해가 떨어지면 인적이 뜸해져 마치 ‘유령의 도시’처럼 변해버린다. 거진읍의 인구도 73년 2만14명, 83년 1만6600명에서 11월 현재 9990명으로 줄어들었다.

냉수대가 몰려오는 한겨울철 명태를 잡아 1년을 먹고사는 이곳에 최악의 불황이 찾아들기 시작한 것은 87년부터. 이상 난류대가 형성된 데다 남획(濫獲)이 빚어낸 결과였다.

고성군에 따르면 86년 고성군 관내에서만 명태를 1만9426t 잡았으나 87년 들어서면서 어획량이 6900t으로 줄어들었고 그 후 96년 2562t, 99년 1146t, 2000년 932t으로 매년 급감했다.

올해는 59t에 불과, 주민들의 생계유지조차 어렵게 됐다. 정부에서는 올 10월 동해어로한계선을 북위 38도35분선까지 북상시켰으나 아직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명태의 고장에서 명태가 나지 않자 어민들은 부산과 삼척 등 다른 지역에서 오징어 등을 잡는 등 원정조업에 나서고 있으나 식대 숙박비 유류비 등 조업경비 부담만 눈덩어리처럼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고성수협이 어민들에게 대출한 수산자금 367억원 중 어민들이 이자를 못 내고 있는 대출금이 80억원에 이르러 연체율이 21%에 달한다.

고성수협 최병언(崔秉彦·47) 상무는 “대출된 수산자금만으로도 조합원들은 가구당 2500여만원의 빚을 지고 있으며 사채 등을 합하면 4000만∼5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보다 못한 고성군은 3년 전부터 어민들에게 구호양곡까지 지급하기 시작했다.

장용태(張龍太·46) 어촌계장은 “한국의 어촌현실이 막연한데 뉴라운드의 거센 파도마저 예상돼 고통스럽다”며 “연안어장에서의 저인망 조업을 막고 인공어초와 치어방류사업을 확대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고성〓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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