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반군 테러지역으로 '골프 연수'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5시 35분


최근 해외 골프 투어와 연수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관광업체가 치안이 불안한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보낼 청소년 골프 연수생을 모집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업체는 문화관광부가 치안 불안을 이유로 관광객 모집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도 이같은 사실을 연수생과 부모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J골프아카데미는 필리핀 남쪽 민다나오섬 잠보앙가시의 한 골프장과 25년간 장기 임대계약을 맺고 10월부터 청소년 골프 연수생과 일반 골프 투어객을 모집하고 있다.

이 업체에 따르면 16일 현재 등록자는 40여명으로 대부분 초중고생이다. 1차 출발 예정일은 내달 중순으로 연수기간은 1개월에서 6개월 과정까지 있다. 이 업체는 내년까지 400∼500여명의 청소년과 일반인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잠보앙가시가 미국의 아프카니스탄 공격 이후 이슬람 반군의 테러가 예상되는 위험 지역이라는 것. 지난달 7일 이곳에서 이슬람 반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탄테러가 발생해 10명이 죽고 15명이 다쳤다.

이 때문에 문광부는 급진 이슬람 집단에 의한 보복테러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우리나라 해외여행객의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 여행을 자제해 달라 는 내용의 공문을 모든 관광업체에 보냈으나 J사는 관광객 모집 과정에서 이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

골프 연수를 신청한 아들을 둔 남모씨(41)는 “J사에서 문관부 공문 내용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 고 말했다. 또 다른 신청자의 부모는 “태국이나 필리핀에도 골프연수가 가능한 안전한 지역이 많은 데도 왜 J사가 굳이 위험 지역을 택했는지 모르겠다” 고 말했다.

J사 관계자는 “잠보앙가시에서 일어난 폭탄테러 같은 사건은 필리핀에서는 자주 발생하는 일“ 이라며 “하지만 우리와 계약을 맺은 골프장은 필리핀 군부대 내에 있기 때문에 치안이 100% 보장된 곳”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필리핀 정부가 지역 개발을 위해 벌인 첫 관광객 유치사업의 일환인 만큼 필리핀 정부 차원에서도 치안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고 덧붙였다.

<김창원기자>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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