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윤동훈/고시 문 넓혀 실업자 줄이자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8시 41분


우리는 지금 실업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고학력 청년층의 실업이 심각하다. 정부와 기업들은 이들의 무한한 잠재적 에너지를 결집해 사회에 기여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인턴제도, 공공기관의 취로사업, 임시직의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고학력 취업 대기자들이 이 같은 땜질식 실업대책에 만족할지는 의문이다.

취업 해결책을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고시열풍을 바로 실업대책으로 승화시키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고시열풍은 인재와 자원의 낭비라는 비판이 많았다. 실제 선발되는 인원은 1000명도 안될 정도로 한정돼 있는데 반해 지원하는 인구는 10만명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험방식이 떨어뜨리기 위한 네거티브시스템을 고수하고 있어 출중한 인재들이 고시합격이라는 영광을 안기 위해 장구한 세월을 투자하고 있다. 사법시험 하나만 보더라도 수만명의 영재가 모여들어 매년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실업문제에 대해 제조업 중심으로 고용대책이 강구되어 왔다. 그러나 변호사, 변리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등 소위 ‘사’자 돌림의 자유직업과 서비스업의 확대는 상당히 소홀히 여겨졌다.

고시열풍이 왜 불고 있느냐를 잠깐 생각해보자. 기업들이 이익이 많이 나는 신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 당연시되듯이 고부가가치의 변론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큰 소송에서 수십억원 대의 변론비를 받는다는 것은 제조업보다 더 효율적인 사업인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번창하고 있는 사업에 공급이 증가해야 한다는 것은 시장법칙상 당연한 일이다.

고시열풍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는 변호사 관련 단체들의 자세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변호사들이 독점적 공간을 만드는 한 청년들의 능력 낭비는 불가피하게 지속될 것이다. 정부는 고학력 졸업자들이 열망하고 있는 각종 고시의 자격증 소지자들을 대량 생산해 실업자를 줄여야 할 것이다.

윤 동 훈(한국재정정책학회 이사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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