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현씨, 목소리가 너무 작아. 좀 더 힘있게. 알았지?”
18일 오후 10시 서울 서대문구 홍제1동 지하철 3호선 홍제역 부근 ‘오월악기사’에 마련된 4평짜리 좁은 연습실.
창단 10년째를 맞는 직장인들의 음악모임 ‘소리쌓기’ 단원 10여명이 가슴 설레는 7번째 정기공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1주일 앞두고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순수 아마추어라 전문 밴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만큼은 프로 못지 않았다. 이날도 오후 9시에 시작한 연습이 다음날 오전 1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다들 내일 출근해야 할 텐데…”라는 윤남경 회장(32)의 걱정도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라는 단원들의 말에 먹히지 않았다.
현재 소리쌓기 단원은 10대에서 40대까지 모두 14명. 대부분 하얀 셔츠에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이지만 이번 공연을 위해 급히 합류한 한보람양(18)은 고등학교 2학년, 윤 회장(화진반도체 사장)과 오월악기사 함영국 사장(40)은 ‘사업가’다.
윤 회장과 함 사장은 지금까지 남아있는 창단 멤버. 음악도 음악이지만 소외된 이웃을 돕자는 데 의기투합해 91년 소리쌓기를 만들었단다. 장애인시설, 보육원 등을 수시로 방문해 음악을 들려주고 정기공연에서 모은 수익금도 모두 불우이웃돕기에 쓴다.
24일 오후 6시 은평구 녹번동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에서도 입구에 모금함을 설치, 수익금 전액을 신축중인 은평구 응암동 서부재활체육센터 건립기금에 보탤 예정이다.
1부는 소리쌓기 창작곡. 모임 주제곡인 ‘소리쌓기’를 비롯해 ‘이 세상에’, ‘우리들의 사랑이야기’, ‘가네 가네’, ‘백수의 하루’ 등을 들려준다.
은평천사원 소망중창단의 합창 ‘파란 마음 하얀 마음’과 자매 기타리스트 ‘미예와 보예’의 클래식 연주에 이어지는 2부는 추억의 포크송. 70∼80년대 통기타 세대의 애창곡 ‘여행을 떠나요’, ‘하얀 나비’, ‘저 별과 달’, ‘기타 하나 동전 한 닢’, ‘서른 즈음에’, ‘꿈의 대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을 준비했다.
단원 중 최고령인 베이스기타 이자천씨(42·보건복지부 공무원)는 “단원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얼마 안 되는 돈으로 행사를 치르기 때문에 화려하진 않겠지만 따뜻한 마음은 넘치도록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둘씩 쌓아가면 성(城)이 될까/아니야 우리의 마음 되지…한 발 두 발 걸어가면 천리 될까/아니야 우리의 꿈이 되지….’
연습을 마무리하며 주제곡 ‘소리쌓기’를 부르는 단원들의 얼굴에는 표현하기 힘든 흐뭇함과 포근함이 배어 있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