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들은 “지금의 위기는 멀리는 정권교체 직후부터, 가까이는 임동원(林東源) 전 원장 때부터 예고된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부 갈등의 실체=국정원 내부 갈등이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5월부터였다. 3월 말 부임한 신건(辛建) 원장은 ‘기강확립과 개혁’ 을 내세우며 감찰 자료 등을 토대로 내부 인사쇄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안으로 떠오른 것이 김은성(金銀星) 2차장과 김형윤(金亨允) 경제단장 정성홍(丁聖弘) 경제과장 라인 처리 문제.
특히 김 단장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국정원 감찰실은 이미 지난해 12월 ‘정현준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김 단장의 금품수수 진술이 나온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당시 임 원장은 김 단장을 경고 조치하고 징계를 끝냈다.
신 원장은 이같은 사실을 알고 김 단장을 인사조치하려 했으나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이 강력히 반발한데다 정치권에서도 모종의 압력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단장은 김 차장, 정 과장 등과 함께 국내 경제정보를 독점하면서 국정원 최고 실세그룹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결국 신 원장은 7월 김 단장을 정보학교로 발령내는 선에서 타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무렵 정 과장 문제도 불거졌다. 정 과장이 신원장의 사돈인 김재철(金在哲) 무역협회장을 찾아가 정치자금 얘기를 하는 등 무리한 행동을 했고 김 회장이 이를 신 원장에게 알렸다는 것. 신 원장은 정 과장을 다시 인사조치하려 했으나 이 과정에서 갈등이 더욱 깊어졌다는 것.
이 무렵 신 원장이 외부인사를 국정원 공관에 불러들여 호화파티를 했다는 음해성 제보가 언론사에 들어온 적이 있는데, 국정원 감찰실 등에서는 그 진원지가 정 과장 등이었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의 원인과 문제점=국정원의 갈등과 위기는 정권교체와 함께 인사 이동이 급격히 이뤄지는 과정에서 잉태됐으며 직접적으로는 임 원장 재직시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원장이 대북문제에 전념하면서 국내 문제에 소홀했고, 김 전차장 라인이 지역 기반과 정치권 연고 등을 배경으로 실세로 떠오르면서 내부갈등이 깊어졌다고 국정원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은 전했다.
궁극적으로는 정치권에서 국정원 인사에 개입하고 이들을 통해 ‘정치적 목적’ 을 이루려고 시도한데서 국정원의 위기가 초래됐다는 지적이 많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