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22일 금천구 독산동에서 강남구 포이동을 잇는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동서구간 도시계획시설 안건에 대해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보류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올 연말 착공해 2007년 완공할 계획이었던 총연장 36.2㎞의 이 도로는 착공시기가 늦어지게 됐으며 일부 노선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도시계획위원회가 보류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19일 이기준(李基俊) 서울대 총장이 고건(高建) 서울시장을 방문, “서울대 앞에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관악인터체인지(IC)를 설치하려는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관악IC를 설치하는 대신 주변을 지나는 남부순환도로 위에 고가도로를 건설하거나 캠퍼스를 통과하는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를 지하화하는 대안을 제시했었다.
서울시는 28일 교통정책심의위원회에서 서울대 측 주장을 검토한 뒤 의견을 정리해 다음달 19일 열리는 도시계획위원회에 다시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그러나 “도로 지하화는 관악구 등 주민의 교통편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고가도로 건설방안 역시 인접지역 주민의 반발이 거세다”며 “지금으로선 계획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시계획위원회의 보류결정에도 불구하고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달청 입찰공고가 나간 구간은 계획대로 공사를 추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도시계획 결정이 나지 않으면 보상절차에 들어가지 못하는 만큼 연내 착공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이날 영등포와 구로구민의 변경요구가 끊이지 않는 남북구간 안양천주변 노선에 대해서는 토목학회에 타당성 검토를 의뢰, 이 결과에 따르기로 주민들과 최근 합의했다. 민간자본을 포함, 총 2조여원의 공사비가 투입되는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는 남북구간 11.9㎞, 동서구간 22.9㎞, 제2성산대교 구간 1.4㎞ 등 3구간으로 나눠 건설된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