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외사3과는 지난해 1월말한국 홍콩간 형사사법공조 협정이 발효된 뒤 홍콩 주재관을 통해 이 사건에 대한 홍콩 경찰의 수사 기록 및 정보를 넘겨받아 같은 해 2월 김씨의 남편 윤태식(尹泰植·43)씨의 진술서를 받는 등 본격적인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재수사 과정에서 세 차례에 걸쳐 87년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국정원에 수사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경찰의 요청을 거절하다가 지난해 2월 15일 국정원 대공수사반 수사3과장 등 2명이 경찰청 외사과를 직접 방문해 “대공 관련 사건이므로 경찰이 확보한 홍콩 수사당국의 자료와 윤씨의 진술서 등 관련 수사자료 일체를 넘기고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국정원은 이후 이 사건을 덮어두었다가 김씨 가족의 고소로 검찰이 재수사 끝에 김씨의 남편 윤씨를 살인 혐의로 12일 구속기소하자 열흘 만인 22일 뒤늦게 경찰의 재수사를 중단시킨 당시 대공수사국장 등 관련자 4명에 대한 수사를 서울지검에 의뢰했다.
국정원은 이와 함께 87년 사건 발생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의 사건 은폐와 허위 발표 책임에 대해서도 진상규명 차원에서 조사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지검 외사부는 87년 당시 김씨의 남편 윤씨가 범행을 자백한 자필 진술서를 국정원에서 넘겨받았다고 22일 밝혔다.
윤씨가 작성한 자술서에는 살인 혐의에 대한 자백과 사건 발생 당시의 정황, 납북미수 조작 등 범행 은폐 경위 및 범행 직후 행적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이 넘겨받은 기록에는 조사자 이름이 빠져 있어 국정원이 윤씨 조사에 참여한 직원 명단과 87년 당시 수사지휘선에 관한 자료를 의도적으로 넘겨주지 않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위용·윤상호기자>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