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출범 첫날부터 진정 잇따라

  • 입력 2001년 11월 26일 14시 27분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金昌國 변호사)가 26일 공식 출범해 인권침해와 차별행위 관련 진정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행정자치부와 위원회 정원 등에 대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인권위원 11명과 설립준비기획단원 27명만으로 업무를 시작, 실제 조사활동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인권위가 있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 이마빌딩 5층 접수처에는 업무개시 1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20여명의 진정인들이 몰려 접수를 기다렸다.

제일 먼저 접수한 서울대 의대 김용익(金容益)교수는 "지난 17일 충북 제천보건소장 후보 1순위였음에도 장애인이란 이유로 임명되지 못했다"며 제자 이희원씨(39·장애3급)를 대신해 진정서를 냈다.

7번째로 접수한 민주노총은 "단병호(段炳浩)위원장 등 노동자 대량구속은 인권침해"라며 진정서와 함께 세계 61개국 7만8238명이 서명한 석방촉구서를 제출했다.

또 성우 양지운(梁芝雲·54)씨는 여호와의 증인 교도로 군입대 후 집총을 거부하다가 항명죄로 구속 수감중인 아들을 대신해 진정서를 냈으며 천주교인권위원회도 75년 인혁당 사건의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있었던 인권유린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접수시켰다.

이밖에도 외국인노동자의 집 김해성(金海性)목사 등이 "물감회사 등이 살색이라고 표시해 검거나 하얀 피부의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해 차별의식을 심어준다" 며 3건의 진정을 냈고 '동성애자 인권연대'도 동성애자 2명이 군대와 항공사에서 차별을 받았다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날 오후 1시반 현재 51건의 진정서가 현장에서 접수됐으며 전화와 e메일로도 접수가 계속됐다.

김창국 위원장은 "조사위원이 부족한 사실을 알면서도 이렇게 많은 진정이 들어온 것은 우리 사회에 인권의 사각지대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반영한다"며 "인권위가 단지 선전용 기구로 전락하지 않고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써달라"고 촉구했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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