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은 29일 제약회사와 종합병원 사이의 유착비리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1년간 세 번의 골프와 식사로 100만원 가량의 접대를 받았다면 1개월간 의사자격 정지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의사나 직장인들은 “사회 현실과 동떨어진 결정”이라고 평가한 반면 일반 시민들은 “100만원대 접대가 어떻게 눈감아지느냐”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 결과〓서울지검은 “처방전에 우리 회사 약품을 써달라”는 요청과 함께 접대 받은 의사 85명 가운데 43명을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1∼2년 동안 300만원 이상 접대를 받은 의사 7명에 대해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벌금형이 확정되면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자격이 2개월간 정지된다.
‘해외학회 참가비’로 비행기표 및 호텔비 200만∼300만원을 받은 의사 42명은 처벌에서 제외됐다. 제약협회 규약상 ‘술 골프 등 접대는 안되지만 학회 지원은 가능하다’는 조항 때문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 규약도 검찰 시각에선 문제조항”이라며 “규약을 고치도록 권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대상은 1∼2년간 100만원 가량을 접대 받은 나머지 의사 36명. 검찰은 “액수가 적지만 대학병원 의사로서 제약회사가 내는 골프비용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면 문제”라며 “이들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에 명단을 통보할 방침인데 보건복지부로부터 1개월씩의 자격정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99년 초∼2000년 말까지 536회에 걸쳐 대학병원 의사들에게 4억원 가량의 식사 술 골프 접대를 한 혐의로 D제약 김모 이사 등 6개사 임원 6명을 재판에 넘겼다.
▽“현실은 현실” 대(對) “이젠 달라져야”〓이비인후과 전문의 고모씨(34)는 “대학병원 교수들의 지위로 볼 때 1년에 골프와 식사접대를 세 번씩 받았다고 1개월씩 의사생활을 못하도록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A대리는 “기업체 사람이 자주 찾아와 상의하는데 식사 접대 받은 것을 모두 합하면 1년에 50만원은 될텐데 나도 처벌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형사 처벌권을 갖고 있는 검찰과 법원이 변화를 주도하려는 ‘사회적 실험’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직장생활 경력 4년의 주부 이미영씨(34·서울 서초구 서초3동)는 “평생 점심 한 번 얻어먹기 힘든 직업인들도 많은데 연 100만원 가량 접대 받은 것을 처벌하지 않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경실련 고계현(高桂鉉) 정책실장은 “늦은 감이 있지만 검찰이 액수가 적은 사안이라도 처벌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을 환영한다”며 “정치인 수사에서도 1000만원 이하는 ‘떡값’이라며 눈감아 주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지검 박상길(朴相吉) 3차장은 “사회 발전을 위해 겪는 진통으로 이해해 달라”며 “앞으로의 수사에서도 같은 기준을 엄정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