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이날을 위해 2년 이상 어려운 법전을 뒤져가며 끈질긴 법정투쟁을 벌였다. 하지만 소송을 낸 날로부터 3년 이전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시효가 만료돼 위자료가 인정된 기간은 95년 2월부터 3년간에 한정됐다.
당시 법정에 나온 주민들의 입에서는 “피해를 보다 더 빨리, 더 넓게 호소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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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출범으로 인권의 ‘사각지대’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렇지만 국가 기구가 새로 생겼다고 해서 낙후된 인권 상황이 저절로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인권위원회의 활동 못지 않게 국민 개개인의 높은 인권의식과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인권상황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권위의 활동과 한계〓국가인권위는 법령과 조직이 정비되는 대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국가인권위의 주요 조사 대상은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국가기관이나 시설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 피해자가 진정서를 제출하면 조사가 시작된다. 단체나 개인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출신지역 신체조건 등을 이유로 고용이나 공공시설 이용 등에서 차별하는 행위도 조사 대상이다.
국가인권위의 조사 대상이 폭넓은 편이지만 그 한계도 적지 않다. 국가 기관의 인권 침해 사실이 드러나도 해당 기관이나 다른 기관의 협조 없이는 인권위가 모든 것을 처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점진적으로 국가인권위의 권한을 늘려 나가야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개인의 인식전환 절실〓그러나 일상생활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민초(民草)들의 투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권위 활동의 진전은 물론 인권현실의 개선은 요원한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작지만 소중한 권리’를 찾으려는 일반 국민의 인식이 날로 높아져 가는 추세다.
구치소의 검열로 편지를 보내지 못해 손해배상소송을 낸 한 재소자는 8월 인권기구를 통하지 않고도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리했다.
4·13 총선 당시 건물 2층에 있는 투표소로 올라가지 못해 선거에 참여할 수 없었던 장애인들도 참정권을 되찾기 위한 소송을 내 시민의 인권의식을 고취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런 인권의식은 시민, 사회단체의 인권보호 활동이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 사회단체들은 최근 테러방지법 제정을 앞두고 국가정보원 앞에서 수백명의 회원들과 함께 항의집회를 잇따라 열어 악용의 소지가 있는 법 조항을 고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나의 권리’와 함께 장애인 여성 재소자 동성애자 외국인노동자 미혼모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도 더불어 보장해 주는 선진의식을 갖춰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찬운(朴燦運) 변호사는 “생활 속에서 잃어버린 시민의 인권을 되찾는 운동은 궁극적으로 국가인권위의 활동 반경을 넓혀 준다”며 “국가인권위의 성공과 인권개선은 ‘나와 남의 인권’에 대한 올바른 인권의식의 향상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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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위용기자>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