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출범 직후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뒤 경찰대학장에 임명된 이 전 청장은 2년도 안돼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거쳐 치안총수인 경찰청장에 올랐다. 그는 만 2년 동안 경찰청장에 재임함으로써 역대 치안총수 중 두 번째 장수 기록을 세우고 지난달 9일 퇴임했다. 퇴임 후 그는 내년에 실시될 지방선거 때 전북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이 전 청장은 전주상고와 동국대를 졸업한 뒤 간부후보생 19기로 경찰에 입문한 호남 출신이었지만 91년 경무관으로 승진하고, 95년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치안정감만 4명을 배출하는 등 경찰 내에서 인물이 많았던 동기생 중에서도 이 전 청장은 서울 강남경찰서장과 서울경찰청 형사부장 등을 지내는 등 잘 나가는 편에 속했다.
이 같은 과거 전력 때문에 현 정부 출범 직전에는 정권 실세들로부터 반감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특유의 정치적 수완과 지연 등을 활용해 정권 실세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장 재임 당시 ‘실세(實勢) 청장’으로 불리며 경찰 개혁을 주도한 그에 대해서는 경찰 안팎에서 ‘너무 정치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서울경찰청장 재임 당시 경찰대학 졸업생들을 후원하며 경찰 수사권 독립을 주장했으나 경찰청장이 된 뒤에는 수사권 독립에 대해 언급조차 회피하는 등 홍보용 행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그는 경찰청장 재임 중에 공공연히 퇴임 후 전북지사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경찰 안팎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청장 구속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너무 지나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애당초 수사를 조작한 사람들은 놔두고 마지막으로 하수(下水) 처리한 사람만 처벌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경찰청장까지 지낸 사람을 구속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며 “불구속 기소도 가능한 만큼 검찰의 처사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