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가 진씨에게서 법인카드를 넘겨받은 것은 지난해 4월. 이때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8개월 동안 정씨는 이 카드로 무려 4600만원을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입는 데 사용했다.
강남 일대의 술집과 음식점 특급호텔 골프장 등을 전전하며 150여 차례나 이 카드를 긁었다.
정씨의 공소장에 첨부된 법인카드 사용 명세에 따르면 정씨는 서울 인근의 고급 골프장을 10차례 이용했다.
특히 정씨는 국정원 내 실력자였던 김은성(金銀星) 전 2차장의 ‘심복’이라는 소문에 걸맞게 평일에도 버젓이 골프를 즐겼다. 골프를 친 열흘 중 하루만 제외하고 모두 평일이었다.
8월 21일부터 3일 동안은 강남의 한 특급호텔에서 술값과 찻값으로만 198만원을 썼다. 대형 슈퍼마켓에서 3차례에 걸쳐 술을 구입하는 데 420만원을 쓰기도 했다.
정씨는 이렇게 진씨의 법인카드로 선심을 썼기 때문에 국정원 내에서는 한때 엄청난 재산가로 소문이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그런 법인카드를 자주 써서 그랬겠지만 정씨의 부하직원들은 정씨가 ‘후배를 확실히 챙기는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