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지요”

  • 입력 2001년 12월 24일 18시 09분


“아버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대학 진학을 내년으로 미뤘습니다.”

대구고 3년 신현규(申鉉規·18)군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간경화로 생명이 위독한 아버지 신이균씨(53·목사)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간 일부를 이식해 주는 수술을 받았다.

신군은 17일 대구 경북대병원에서 자신의 한쪽 간 70%가량을 떼어 내는 대수술을 4시간 동안 받은 뒤 현재 회복실에 입원 중이다. 수술이 성공적이어서 아버지 신씨도 현재 무균실에서 빠른 속도로 건강을 되찾고 있다고 병원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달 초부터 조직검사 등 수술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낸 신군은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봤으나 수술 일정 등을 고려해 대학원서 접수를 포기했다.

신군은 “대학진학 후에도 수술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가족의 권유에 “대학은 내년에 갈 수도 있지만 수술을 미루면 아버지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고집을 부렸다는 것.

신군이 간이식을 결심한 것은 아버지가 악성 간경화로 간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진단을 받은 9월. 신군은 특히 8월 간암에 걸린 아버지를 위해 같은 반 급우 전진석군(18)이 간이식 수술을 위해 기꺼이 수술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신군은 “교회 목회자로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가족을 위해 헌신해 오신 아버님을 위해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를 다했을 뿐”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신군의 담임 윤종태 교사(43)는 “제자 2명이 잇따라 온 몸으로 효를 실천하는 드문 일이 생겼다”면서 “참된 효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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