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동양 최대의 갑문식 도크항인 인천항에 입항하는 화물선들이 달라진 항만 근로자들의 에티켓에 어리둥절해지는 모습이다.
그동안 묵묵히 일에만 몰두하던 하역 근로자들이 꽃다발과 케익을 들고 배에 올라와 ‘입항 영접 행사’를 치러주기 때문이다.
항만 근로자들은 “최신 하역 장비를 투입해 하역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겠다. 불만이 있으면 기탄없이 말해달라”며 인천항에 입항한 화물선의 선장과 선원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이들의 환영 행사 첫 케이스는 1일 오전에 입항한 독일 국적 ‘한자 카트리나호’(1만6900t급). 컨테이너 1200TEU 분량의 수입화물을 싣고 왔다.
이 배에는 경인항운노동조합 이강희 위원장을 비롯한 10여명의 근로자들이 올랐다. 선장에게 꽃다발과 함께 케익, 과일상자 등을 건네줬다. 그리고 “화물을 안전하게 신속히 작업하는 등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홍보물도 20여명의 선원들에게 일일이 나눠주었다.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 3개국 언어로 쓰여진 홍보물에는 환영 인사와 함께 인천항과 주변 공단을 상세히 소개해놓았다.
한자 카트리나호 선장 트라이첼 우베씨는 “세계 여러 항을 돌아다녀봤지만 이처럼 따뜻한 환영을 받기는 처음”이라며 “아주 감명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인항운노조 소속 2800여명의 근로자들은 인천항에 입항하는 연간 6000척 가량의 화물선에 대해 이런 환대를 계속해나가기로 했다. 영접비용으로 노조 기금 1억원 이외에 모금운동을 통해 6000여만원을 별도로 모았다.
항만 근로자들이 이같은 ‘화물선 환영식’에 나서게 된 것은 인천항의 물동량이 감소 추세라 이대로 가면 일자리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지난해 인천항의 수출입 물동량(내항 물동량 포함)은 IMF 이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1억908만t(2001년 11월말 현재)에 불과한 실정.
경인항운노조 이 위원장은 “더 많은 외국 선박이 인천항을 찾아오도록 하역서비스도 최첨단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라며 “인천항이 2월경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되면 세계 물류 중심 항만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