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 시각장애 6급으로 왼쪽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김훈태(金勳太·20·서울 마포구 대흥동)씨는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361.5점을 받아 지난해 12월 29일 한양대 법대 정시모집에 합격했다.
김씨는 2000년 서울교대 특차에 합격했지만 교대 측은 모집요강의 ‘신체검사 불합격 판정기준-양안의 교정시력 0.4 미만인 자’라는 항목을 적용해 김씨를 불합격시켰다.
이후 김씨와 가족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인권센터와 함께 서울교대를 서울지검에 고소했고 학교 측은 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입학을 허가했다.
하지만 한번 입은 마음의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았다. 김씨는 바로 휴학 신청을 한 뒤 다시 대입 공부에 매달렸다.
오른쪽 눈만으론 한 시간 이상 책을 보기 어려웠지만 매일 밤 12시가 넘어서야 책을 놓았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 2001학년도 수능시험은 포기했다.
결국 2년 만에 ‘떳떳한’ 합격의 영광을 안은 김씨는 한양대 법대 이외에 다른 대학의 정시모집에 의대를 지원해 놓은 상태다.
김씨는 “시력을 잃은 것보다 초등교사의 꿈을 잃어버린 것이 더욱 가슴 아팠다”며 “판사가 돼 불우한 사람들의 꿈을 근거 없이 꺾어버리는 세상을 바로잡거나 의사로서 어려운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싶다”고 장래희망을 밝혔다.
아버지 김종원(金鐘遠·48)씨는 “항상 배우는 자세로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아가는 아들이 자랑스럽고 과거의 아픔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지금처럼 끝까지 최선을 다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