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교통사고 가해자 조사중 사망 응급조치 허술 논란

  • 입력 2002년 1월 3일 22시 51분


경찰이 뇌출혈 증상을 보이는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해 사고조사를 이유로 응급조치를 미뤄 가해자가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일 오후 11시반경 서울 성동구 행당동 무학여고 앞 사거리에서 자신의 그랜저 승용차를 운전하던 김모씨(54)가 좌회전을 하다 맞은편 차로에서 신호를 받고 출발하던 황모씨(44)의 승용차 등 3대의 차량을 차례로 들이받았다. 현장에 출동한 성동경찰서 유모 경장 등 경찰관 2명은 가해자 김씨가 승용차에서 내린 뒤 몸을 가누지 못하자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판단해 경찰서 교통사고 조사계 사무실로 데려갔다.

이후 김씨에 대한 조사를 담당한 경찰관은 김씨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며 방치하다 사고 발생 1시간 만에 경찰서에 도착한 김씨의 부인의 요청을 받고 김씨를 병원으로 옮겼으나 김씨는 2일 오전 3시45분경 고혈압에 의한 뇌출혈로 사망했다.

김씨의 가족은 “50대 남성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했다면 입에서 술냄새가 강하게 났을 것”이라며 “술냄새도 없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을 환자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경찰은 “날씨가 추워 술냄새를 맡지는 못했지만 몸을 가누지 못하고 뜻 모를 말을 해 음주운전자로 볼 수밖에 없었으며 사고가 경미해 외상도 없는 사람을 환자로 보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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