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의료원의 한 입원실. 전날 자신의 신장 하나를 만성신부전증 환자에게 떼어준 주부 강점덕(姜点德·43·전남 여수시 율촌면)씨가 남편의 간호를 받고 있었다.
강씨는 “비록 몸은 힘들지만 나로 인해 환자와 그 가족들이 새 삶을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며 미소지었다.
세 가족의 생명을 구한 ‘사랑의 신장기증 릴레이’는 이렇게 시작됐다.
혈액형과 조직이 맞지 않아 가족인데도 신장을 나눠주지 못해 애태우던 3쌍의 신부전증 환자와 그 가족들이 강씨에 의해 시작된 ‘신장기증 릴레이’로 모두 새 생명을 얻게 됐다.
신장기증 릴레이는 수개월 전 강씨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자신의 신장을 기증한 것이 계기가 됐다.
목사인 남편의 목회활동을 돕고 있는 강씨는 주위에서 신장질환으로 고통받은 이웃들을 보면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주고 싶었다.
오랜 망설임도 있었지만 얼마 전 급성백혈병으로 세상을 뜬 큰 올케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걸 항상 안타깝게 여겨오던 강씨는 결국 마음을 굳혔다.
강씨의 신장은 3일 오전 삼성서울병원에서 3년째 만성신부전증을 앓아온 손모씨(41·서울 강남구 일원동)에게 이식됐다.
손씨가 강씨의 신장을 이식 받게 된 것은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자신의 신장을 다른 사람에게 기증한 아내 김모씨(42)의 헌신 덕분이었다.
김씨는 “남편의 생명을 살려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대로 은혜만 받을 순 없다”며 운동본부측에 신장기증 의사를 밝힌 것.
김씨의 신장 한쪽은 7일 서울 강동성심병원에서 8년째 신부전증과 싸우고 있는 주부 이필순(李必順·45·경기 군포시)씨에게 옮겨질 예정이다.
오랫동안 아내 이씨의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을 지켜본 남편 김종구(金鍾九·59)씨도 자신의 신장을 아내와 같은 처지의 다른 환자를 위해 내놓았다.
김씨의 신장은 9일 서울 강동성심병원에서 만성신부전증 환자인 주부 황남례(黃南禮·47·광주 북구)씨에게 이식된다.
이로써 비록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지만 세 가족 모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값진 새해 선물을 주고받게 됐다.
이들은 “이웃사랑과 부부애가 이렇게 큰 결실을 볼 줄 몰랐다”며 “같은 처지의 많은 가족과 환자들도 신장 결연에 적극 나서 건강을 되찾길 기원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