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공단 감사 인선 ‘청와대낙하산’ 논란

  • 입력 2002년 1월 4일 18시 02분


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 감사로 청와대 행정관이 임명되자 이 공단 노조(위원장 김세환)가 2일부터 4일까지 농성을 벌이면서 출근 저지투쟁을 벌였다. 특히 이번 인사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9일 공무원 인사를 공정하게 실시하라고 내각에 지시한 직후에 이뤄진 데다 3급 상당인 청와대 행정관이 통상 2급이 임명돼온 복지공단 감사로 임명돼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노동부는 1일자로 이 공단 감사에 청와대 민원비서관실에서 일하던 김길성(金吉聖·43) 행정관을 임명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청와대의 요청으로 발령을 냈다”며 “자세한 인적사항은 잘 모르지만 인품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공단 노조는 새해 첫 근무일인 2일부터 4일 오전까지 정문 앞에서 농성을 벌이며 김 감사의 출근을 막다가 공단 측이 “앞으로 임원 인사를 할 때는 적임자가 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날 정오경 농성을 풀었다.

신임 김 감사는 전북 고창 출신으로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 조직국장과 사무총장에 이어 경기도의원 등을 지낸 뒤 98년부터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실과 민정수석 산하 민원비서관실 등에서 근무했다. 복지공단 노조는 “능력을 갖춘 외부인사가 임명되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능력이 검증되지 않는 사람이 사전협의 없이 복지공단의 2인자 자리인 감사로 내려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도 김 대통령이 내각에 공무원 인사를 공정하게 하라고 지시한 지 3일 만에 청와대 행정관이 정부 산하기관 감사로 임명된 것을 놓고 앞으로의 인사 방향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고려대 염재호(廉載鎬·행정학과) 교수는 “임기 말을 맞아 현 정부가 챙겨줘야 할 인사들이 굉장히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이태호(李泰鎬) 정책실장도 “최근 발표된 대통령의 탕평인사 방침이 역행하는 부적절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김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9일 “인사를 할 때 배제해야 할 것은 지연과 학연 등 친소관계와 청탁”이라며 “연초 실시될 각 부처의 대규모 국·과장급 인사를 능력과 개혁성 청렴도 등 세 가지를 기준으로 공정하게 실시하라”고 내각에 지시한 바 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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