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식게이트’ 수사]‘株主현황 문건’언론인만 집중겨냥

  • 입력 2002년 1월 4일 23시 30분


‘수지 김 살해사건’으로 구속된 윤태식(尹泰植)씨의 주식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가 종반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 수사의 출발점은 금융감독원이 고발한 패스21의 자본금 20억원 가장 납입과 횡령이었으나 패스21 주식을 소유한 주주 명부가 일부 밝혀지면서 윤씨의 정 관계 및 언론 로비에 초점을 맞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은 패스21의 주식을 소유한 전 청와대 경호실 4급 이성철(李聖哲·44)씨와 수지 김 수사 당시 경찰관 2명, 중소기업청 공무원 등을 구속하고 국세청 직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뇌물 혐의를 상당 부분 밝혀냈다.

또 서울경제 김영렬(金永烈) 사장이 패스21의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챙긴 것과 전현직 정치인 2명도 패스21 주식을 소유한 사실도 밝혀내고 사법처리를 저울질하고 있다.

서울지검 고위 관계자는 4일 “이미 알려진 인사 외에 추가로 정치권 인사가 패스21의 로비를 받았거나 공무원 가운데 3급 이상 고위직이 주식을 갖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며 수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왔음을 시사했다.

그런데 검찰 수사 도중 ‘주요 주주 주식 보유 현황’이란 제목의 문건이 나돌면서 수사의 칼날이 인위적으로 언론계를 향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패스21 주식을 소유한 인사 51명의 명단과 주식 소유 현황이 적혀 있는 이 문건에는 주식 소유자의 나이와 직업이 상세하게 나타나 있다. 직업별로는 국회의원 2명, 공무원 11명, 공사(公社) 직원 4명, 교직 7명, 언론인 25명 등 총 51명이 등장한다.

언론인 명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 문건에는 또 주식 소유자의 근무처와 본인 명의인지 부인 명의인지 등까지 나온다.

검찰은 이 문건에 대해 “출처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식 소유자는 거의 다 맞다”고 확인했다.

그렇지만 이 문건에는 국세청 직원과 일부 공무원의 명단이 빠져 있고 부부 관계 등 정부기관의 전산자료가 활용된 흔적이 있어 출처에 대한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 종반 무렵에 출처를 알 수 없는 문건이 흘러다니고 검찰이 이례적으로 문건의 내용을 확인해주는 정황에 비추어 주식로비 의혹 사건을 본질과는 다른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진승현(陳承鉉) 게이트 재수사로 칼날이 권부의 핵심으로 향하자 이를 물타기 위해 이 같은 문건을 의도적으로 흘린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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