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주부까지 주가조작

인터넷을 이용한 일반인들의 주가조작이 급증하고 있고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 금융기관 관련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증권사범 전문수사부인 서울지검 형사9부(정진영·鄭鎭永 부장검사)는 지난 6개월 동안 금융사범 일제 단속을 벌여 모두 202명을 적발해 44명을 구속기소하고 118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43억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에 단속된 주가조작 사범 중에는 증권전문가가 아닌 대학생 김모씨(28)와 주부 김모씨(35) 등 일반인이 15명이나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집 사무실 PC방 등에서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증권거래로 단시간에 주식을 사고 파는 ‘단타매매(데이 트레이딩)’를 악용해 돈을 챙겼다. 적은 돈으로도 시세조종이 가능한 중소형주를 선택해 정상가격에 주식을 산 뒤 수백여차례에 걸쳐 778만∼5억9000만주를 허위로 매수주문해 주가가 올라가면 갖고 있던 주식을 팔고 허위주문을 취소하는 방식을 반복한 것. 10억원 이상 시세차익을 남긴 사람도 3명이나 됐다.

Y금속 대주주 최모 회장(59) 등 2명은 전문 작전세력과 손잡고 주가를 조작해 3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A사 상무 정모씨(34) 등은 주가조작을 위해 회사자금 5억5000만원을 횡령해 해외전환사채(CB)를 국내 기관투자가에게 발행하면서 외국인투자자가 인수하는 것처럼 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공적자금 1000억여원이 투입된 S보험 대표 김모씨(61)는 재무구조가 불량한 업체에 440억원을 부당 대출해줘 적발됐으며 윤모씨(55)는 S보험으로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H사 명의로 대출받은 자금 38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스닥 등록을 앞둔 S사에 구조개선자금 명목으로 3억원을 싼 이자에 빌려준 뒤 싼값에 S사 주식을 받아 3억∼8억원의 시세차액을 챙긴 김모씨(58) 등 전 현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임직원 4명도 덜미가 잡혔다.

검찰 관계자는 “한탕주의에 젖어 죄의식 없이 시세조종을 하는 주가조작 사범에 대해서는 높은 구형과 함께 벌금형을 같이 구형해 부당이득을 전액 환수하고 소속회사도 같이 처벌할 방침”이라면서 “상습적인 시세조종자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