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는 지문인식 시스템 개발 벤처기업인 패스21을 98년 9월 설립한 뒤 2000년 3월까지 주로 실무자급 공무원들에게 주식을 주고 사업 확대에 주력했다.
이 시기의 로비는 유상증자를 통해 10만주에서 70만주로 늘어난 주식을 갖고 실무 공무원들에게 나눠주며 지문인식 시스템 보급과 맞바꾸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청와대 경호실 4급 이성철(李聖哲·구속)씨와 철도청 서울지하철공사 팀장들에게 지문인식기 납품을 부탁한 것이나 재정경제부 사무관 방모씨(구속)가 패스21에 대해 유리한 해석을 내리고 주식을 받은 것이 전형적인 예.
이런 로비 등을 통해 패스21의 매출액은 99년 32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서울방송(SBS)에서 ‘수지 김 살해 사건’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고 같은 해 2월 경찰청이 홍콩에서 수사 기록을 넘겨받아 두 차례에 걸쳐 윤씨를 소환하자 이 때부터는 사건 무마를 위한 구명 로비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SBS 정수용 PD와 윤씨를 조사한 경찰관 2명에게 주식과 현금 등을 제공한 것도 구명 로비 의도에서였다. 이런 고비를 넘기고 패스21 사업이 확대되자 윤씨는 정관계 로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4월 패스21은 이규성(李揆成) 전 재정경제부장관을 영입하고 비씨카드 평화은행과 사업 제휴를 맺는 등 벤처업계에서 선망의 대상이 됐다.
이 때문에 앞으로 검찰 수사는 패스21의 급성장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거물급 비호 세력을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우선 살인 혐의를 받던 윤씨가 지난해 1월과 5월 ‘새천년 벤처인과의 만남’ 행사와 니카라과 대통령 환영만찬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중시하고 그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와 함께 주주 명부에는 빠져 있지만 코스닥 주가가 치솟던 99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초반까지 패스21 주식을 팔아 거액의 이익을 챙긴 유력 인사들에 대한 조사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