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99년부터 3년째 후원금을 보내 돕고 있는 베트남 소녀 구엔 티 은고안(10)을 만나기 위한 것. 유씨는 국제어린이 후원단체인 플랜인터내셔널 한국지부 플랜코리아를 통해 은고안 양을 소개받았다.
유씨와 동생 영출(榮出·38)씨도 같은 단체를 통해 30여년 전인 초등학교 시절 각각 3년씩 생면부지의 미국인 윌리암 테일러에게서 매달 4000원씩 후원금을 받았다.
플랜코리아는 79년까지만 해도 ‘양친회(養親會)’라는 이름으로 내국인에 수혜를 주는 단체였으나 한동안 문을 닫았다가 96년부터 외국인에게 도움을 주는 단체로 변신했다.
유씨는 99년 이 단체에 우연히 연락을 취했다 역할이 바뀌었다는 말을 전해듣고 누군가를 도울 수 없겠느냐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은고안 양을 소개받자 “예쁜 딸이 또 하나 생겼다”며 지금까지 매달 2만원의 후원금과 위안 편지를 보내왔다. 그러다 한번 직접 만나보고 싶어 부인 조효준(趙孝俊·45)씨, 딸 수현(守顯·8)양과 함께 베트남 방문을 결심한 것.
은고안 양은 그동안 여러 번에 걸쳐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꿀꿀이죽으로 연명하던 시절 얼굴도 모르는 한 미국인의 도움은 그야말로 큰 용기였지요. 테일러씨가 보내온 편지는 주변에 영어를 아는 사람이 없어 한번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 달라’는 격려로 가득 차 있었을 거예요….”
유씨는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기술자로 성장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은고안 양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이 윌리암씨의 보은을 갚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