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은행 권총강도 수사가 답보 상태인 가운데 충남지방경찰청 여경들이 남자 경찰들조차 혀를 내두르는 ‘보도방’ 사건을 눈 깜짝할 사이에 해결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방청 여경기동수사대 박춘순(朴春順·37·대장) 경위와 강경이(姜慶李·30) 경장, 최동선(崔東宣·24) 경장 등 미녀 경관들이 주인공.
이들은 지난 1일 보도방 업주 최모씨(22)가 김모양(16) 등 여고생 4명을 고용해 접대부로 알선한다는 첩보를 입수, 중구 중촌동의 최씨 집 주변에서 밤샘 잠복 근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눈치를 채버렸는지 최씨는 귀가하지 않았다.
남자 형사들 같으면 기소중지를 해버린 뒤 일단 철수했을지도 모를 일. 하지만 이들은여고생들의 휴대전화를 재추적해 최씨가 4일 서구 갈마동의 한 공중전화에서 김양 등에게 전화를 건 사실을 확인, 일대 PC방과 음식점 100여군데를 이잡듯 뒤졌다.
동사무소에서 구한 최씨의 3년전 명함판 사진 한 장을 들고 소재 수사에 나선지 하룻만인 5일 오후 4시 50분경 갈마동 S식당. 강 경장은 등을 보이고 앉아있는 한 남자 손님이 최씨임을 직감하고 그대로 덥쳐 격투 끝에 검거했다.
여경기동수사대가 지난해 12월 21일 각 지방청별로 발족한 지 전국 처음으로 작품을 내놓은 순간이었다.
수사대는 최씨를 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최씨의 거래처인 대전지역 22개 단란주점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수사는 원칙에 충실한 꼼꼼함과 타고난 육감 등 여성적인 기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것이 수사관계자들의 얘기.
강 경장은 “남자 경찰들한테 보도방 수사에 대해 자문을 구했을 때 ‘그거 어려워요. 우리도 6개월여씩 쫓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고 답해 오히려 오기가 발동했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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