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씨, 패스21 시연회 주선…윤태식씨 수차례 접촉 유착 드러나

  • 입력 2002년 1월 9일 17시 58분


박준영(朴晙瑩·전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 국정홍보처장이 수지 김 살해사건 으로 구속된 패스21 대주주 윤태식(尹泰植)씨를 2000년 초 이후 지난해 검찰에 구속되기 직전까지 수 차례 만나고 기술시연회를 주선하는 등 유착관계를 맺어온 사실이 9일 확인됐다.

또 김정길(金正吉) 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도 윤씨를 98∼99년 행정자치부 장관과 정무수석 시절 각각 한 차례씩 만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9일 정치권과 검찰에 따르면 박 처장은 2000년 초 이후 공보수석으로 근무하면서 윤씨를 수차례 만났으며 지난해 10월 윤씨가 검찰에 소환되기 직전에도 윤씨를 만나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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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검 특수3부(차동민·車東旻 부장검사)는 이날 "박 처장이 윤씨를 수차례 만나면서 3개 부처에 패스21의 기술시연회를 열도록 주선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진행해왔다"며 "박 처장이 윤씨에게서 주식과 금품 로비를 받았는지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 처장은 또 윤씨에게 부탁해 지인을 패스21에 취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윤씨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접견하고 정관계 고위인사들에게 로비를 하는 과정에서 박 처장이 모종의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윤씨는 패스21 감사인 김현규(金鉉圭) 전 의원의 소개로 김정길 전 수석을 패스21 사무실 등에서 두차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99년 12월 김 전 수석의 소개로 서울경제신문 김영렬(金永烈) 사장과 함께 남궁석(南宮晳·민주당 의원)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패스21에 대한 지원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수석은 99년 11월 정무수석에서 물러나 민주당 부산 영도 지구당 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은 김현규 전 의원이 윤씨에게 박 처장을 소개해줬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김 전 의원을 10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 전 의원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주에 박 처장과 김 전 수석, 남궁 전 장관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8일 고관절 치료를 위해 경기 분당신도시의 한 병원에 입원한 박 처장은 9일 "공보수석 시절부터 윤씨를 몇 번 만난 적이 있지만 돈을 받거나 로비를 받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박 처장은 "공보수석 시절 윤씨가 불쑥 찾아와 벤처사업가라고 밝히고 돈을 좀 벌었는데 좋은 일에 쓰고 싶다"면서 "자신이 개발한 패스21 기술을 설명한 적이 있으며 그 뒤로도 윤씨가 가끔씩 찾아왔고 지난해 9월 국정홍보처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만난 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또 "윤씨가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마침 취직부탁을 받았던 사람을 천거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 전 수석은 "윤씨를 두차례 만난 적은 있지만 남궁 전 장관을 소개시켜 준 적도 없고 윤씨가 남궁 전 장관을 만났다는 것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남궁석 의원은 직접 연락이 되지 않았으나 그의 보좌관은 "청와대 누구에게서도 윤씨와 김영렬 사장을 만나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으며 김현규 전 의원이 몇차례 연락을 해와서 만났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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